바벨탑 쌓지 말자..'분가'하는 교회들

2013. 1.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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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향린교회 성인 교인 400명 넘자

목사와 교인 80명 새교회로 보내

"몸집 커지면 부 집중돼 타락한다"

성장과 대형화보다 작은교회 지향

영동교회와 샘물교회 등도 앞장서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선 6일 특별한 예배가 있었다. 새해 첫 주일과 창립 60돌을 겸한 이날 예배는 오랫동한 교회 가족으로 지낸 목사와 교인 80명을 '분가'(分家)시키기 위한 예식이었다.

향린교회는 이날 임보라 목사와 시무 장로 3명을 포함해 교인 80여명을 새로 여는 섬돌향린교회로 내보냈다. 교회 공동창립자인 안병무(1922~96) 박사의 분가 정신에 따라 1993년 홍근수 목사가 담임일 당시 성인 교인 500명이 넘으면 다른 교회로 내보내기로 한 '신앙고백 선언'에 따른 것이다.

분가는 교인 수가 늘어나면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채 지내게 되어 공동체성이 상실되고, 교회 건물 신축이나 증축에 헌금을 쓰고, 목회자가 교회 경영에 더 신경을 쓰는 '교회 대형화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분가를 통해 교인들끼리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및 작은 교회들과 더 깊은 유대와 연대로 교회다워질 수 있다.

향린교회는 지난해 성인 교인 수가 400명에 이르자 분가소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의회'를 열어 임보라 목사를 섬돌향린교회로 파송하기로 결의하고, 분가에 참여할 교인 자원을 받고 새 교회를 여는 데 따른 예산을 배정했다. 섬돌향린교회는 마포구 성산동 인권센터3층을 터전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이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당분간 성미산공동체의 '문턱 없는 밥집'에서 예배를 한다.

이날 '아름다운 헤어짐, 영원한 동행'이란 주제로 설교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린 조헌정 향린교회 담임 목사는 "몸집이 커지고 부와 권력이 집중되면 타락하기 마련이다. 생명체는 끊임 없이 자기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며 분가의 의의를 설명했다. 기존 향린교회에 남는 목사와 신자들은 예배가 끝난 뒤 길게 늘어서서 오랫동안 정든 모교회를 떠나는 목사와 신자들을 한명 한명씩 악수를 나누고 꼭 안아주었다.

섬돌향린교회 교인들은 "인간의 무한 성장과 팽창 논리를 거부하고, 예수가 삶으로 보여 준 하나님의 사랑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과 대형화가 한국 교회의 지상 목표처럼 추구돼왔지만, 향린교회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 교회는 이미 1993년 송파구 거여동에 강남향린교회를 세워 부목사였던 김경호 목사와 신자 12명을 분가시켰다. 강남향린교회는 성장해 신자가 불어나자 다시 김 목사와 일부 신자들이 투표를 통해 2004년 강동구 천호2동에 들꽃향린교회로 분가했다.

성장과 대형화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작고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가는 곳이 향린교회만은 아니다.

손봉호 장로 등이 설립한 서울 영동교회가 한영교회와 일원동교회, 서울남교회, 분당샘물교회 등으로 분가한 것을 비롯해 정주채 목사가 서울 잠실중앙교회에서 용인 향상교회로, 김동호 목사가 동안교회에서 숭의교회로 분가했다. 또 여수 은현교회(최규식 목사)와 대전 새하늘교회(안덕수 목사)와 서울 동네작은교회(김종일·이민욱·최현락 목사), 성남성산교회(현상민 목사), 춘천 소양교회(이원호 목사) 등도 '분가한 교회'들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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