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언론 자유 목소리에 시진핑 정부 대응 주목
중국 언론과 당국의 긴장관계 남방주말 사태가 고비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언론은 당국의 지시만 잘 따르는 선전 도구로만 계속 머무를 것인가? 시진핑 정부의 대언론 정책에 과연 변화가 있을 것인가?"
기사 검열에 반발한 남방주말(南方周末) 기자들의 파업 사태를 계기로 중국 언론과 당국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대언론 정책 변화 뿐만 아니라 개혁개방 가속화를 내세운 시진핑 체제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언론은 여전히 공산당 선전 당국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선전 당국은 언론을 당이 철저히 관리·통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남방주말 사태와 관련해 최근 각 언론매체들에 내려 보낸 문건에서 이 같은 원칙은 확고부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중국 언론인들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당국의 '보도 지침'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활동 폭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파업 사태로 주목받은 남방주말은 중국 언론의 변화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매체로 평가받는다.
이런 노력이 비단 남방주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2001년에는 출장을 떠난 관리들이 호텔에서 젊은 여성들과 밀회를 즐긴 것을 폭로한 허난성 유력지 다허(大河)의 마윈룽 편집부국장이 파면됐고, 정부에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쓰촨성 신문 수바오(書報)도 폐간되기도 했다.
2011년 7월 발생한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참사는 중국 언론인들이 당의 선전 도구라는 기존의 한계를 벗어나는 데 새로운 계기를 제공했다.
선전 당국은 당시 23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한 고속철 참사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정부 발표와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만을 위주로 실을 것을 각 언론매체에 지시했다.
그러나 당국이 희생자 수와 생존자 구조 현황 등을 제때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민으로부터 크게 비난받았다. 이런 가운데 신경보(新京報), 경화시보(京華時報) 등 여러 유력 신문이 당국의 보도 지침을 무시하고 특집 기사와 비판성 칼럼을 게재하면서 저항했다. 당시 중국 기자들은 희생자를 추도하려고 사고 현장을 찾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따지는 듯한 태도로 사고 원인과 대책을 캐묻는 전례 없이 성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국은 여론을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인 언론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언론인들의 숨통을 조금씩 터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통제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원저우 고속철 참사 이후 밉보인 경화시보와 신경보를 인민일보사와 남방일보·광명일보로부터 빼앗아 베이징시 공산당 위원회로 넘긴 보복 조치가 대표적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남방주말 사태는 이미 온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태로 커져 앞으로 중국의 언론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당과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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