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성희롱 무방비'..대출상담 도중 야한 신음

2013. 1.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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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고 싶은데 얼마 주면 되겠느냐" 등도 부지기수 피해 여성 고통 심각.."성희롱 엄정 대처 분위기 조성돼야"

"같이 자고 싶은데 얼마 주면 되겠느냐" 등도 부지기수

피해 여성 고통 심각…"성희롱 엄정 대처 분위기 조성돼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안홍석 기자 = 한 시중은행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직원 A씨(여)는 지난해 말 대출 상담을 요청하는 한 남성 고객의 문의전화를 받았다.

"XX구 XX동에 있는 XX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집 담보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통상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A씨는 이 아파트의 시세와 평형을 확인하고 1분가량 대출 상담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이 남성은 굳어진 목소리로 "듣고만 있어"라고 명령했다. 갑자기 돌변한 이 남성은 신음을 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발언을 하며 자신이 유사성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렸다.

A씨는 온몸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몇 번의 경고 끝에 간신히 전화를 끊기는 했지만 A씨는 약 3분간 `공황 상태'에서 분노를 삼켜야만 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이 다수인 콜센터 상담원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저지른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역시 시중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건 다른 남성은 "힘든 일 하는 것 같은데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라고 운을 띄우고서 "우리 만나서 같이 잘래. 싫으면 다른 애들한테 물어볼게"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본다'던 이 남성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같은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어 3명의 여성 상담원들에게 똑같은 성희롱을 했다.

"같이 자고 싶은데 (돈을) 얼마 주면 되겠냐"고 묻거나 성적 취향을 알고 싶다고 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피해자'인 상담원들 대부분이 금융사 정직원이 아니라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계약직 직원이라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은행 또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고객에게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피해 경험이 있는 콜센터 상담원들은 모두 이름과 소속 금융사를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금융사 측이 성희롱한 고객에게 대응하고자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금융권은 내달부터 콜센터 상담직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 고객 앞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금융사 콜센터 직원에 대한 성희롱 신고는 2009년 29건, 2010년 49건, 2011년 56건이다. 실제 성희롱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을 당한 상담원이 전화를 끊으면 고객이 다시 전화해 전화를 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예도 있다"며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상담원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수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피해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관리자에게 보고조차 안 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성희롱에 엄정하게 대처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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