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머리 앤', 진짜 오랜만이야

2013. 1. 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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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영화 < 빨간머리 앤 > 의 한 장면

ⓒ 미디어데이

부득불 세대를 가르는 명징한 지표가 되어주는 텍스트들이 존재한다. 예켠대, 이런 식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 문장 혹은 가사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한다면, 필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20대 중후반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주인공 '앤 셜리'가 대한민국의 꼬꼬마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잡아끌었던 때가 무려 1986년.

그때 그 시절 그 꼬꼬마들은 이제 직장도 갖고, 빠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어른이 되었을 터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 브라운관 속 < 빨간머리 앤 > (10일 개봉)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부활했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빨간머리 앤'은 이제는 나이를 먹은 그 시절 꼬꼬마들과는 달리 예전 모습 그대로 수다스럽고 귀여운 몽상가였다.

영화 < 빨간머리 앤 > 의 한 장면

ⓒ 미디어데이

TV 시리즈 요약판? '앤 셜리' 만으로도 괜찮아

극장판 < 빨간머리 앤 > 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기나긴 TV 시리즈를 어떻게 압축했느냐가 될 것이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테지만, 결론적으로 이 < 빨간머리 앤 > 은 그러한 요약판이 아니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란 부제에 걸맞게 우리의 앤이 마릴라, 매튜 남매와 함께 살기까지의 그 첫 만남을 그린 도입부를 복원해 놓았다. 그러니까 11살짜리 고아 소녀 앤이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란 시골 마을로 입양을 오게 되지만, 남자아이를 원했던 마릴라와 매튜의 원래 의향에 따라 파양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우리의 앤 셜리가 누구던가. 공상과 긍정과 수다의 삼위일체를 몸소 구현하는 이 조숙한 꼬마는 단박에 여자를 돌 같이 보던 매튜를 사로잡아 버리고, 깐깐하기 그지없는 이성의 아이콘 마릴라의 동정을 사는데 성공한다.

극장판 < 빨간머리 앤 > 은 이 단순하고 짧은 이야기 안에 세 캐릭터의 성격을 명확하게 그리는 동시에 앤이 그린게이블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물 흐르듯 유유자적 그려나간다. 허나 이런 수사도 다 불필요할지 모른다.

TV판의 도입부임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눈의 여왕'을 알현하며 설레어하고, 울다 웃고, 공상에 젖는 앤의 그 수다와 활력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감회에 젖을 수 있을 테니까. 일본어에 자막이 아닌 한국 성우들의 더빙이 정감있게 다가오는 것도 엇비슷한 이유다.

영화 < 빨간머리 앤 > 의 한 장면

ⓒ 미디어데이

3D 시대에 만나는 1980년대식 셀애니메이션의 신선함

< 빨간머리 앤 > 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이라면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완성시킨 두 거장은 1979년 제작 당시 선후배 사이로 각각 총감독과 장면설정, 화면구성을 담당했다.

이미 < 알프스 소녀 하이디 > 와 < 엄마 찾아 삼만리 > 를 성공시킨 다카하타 이사오와 더불어 파스텔톤의 유려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 빨간머리 앤 > 의 화면을 담당한 미야자키 하야오 콤비. 당시에도 TV 시리즈로는 유례없는 품질 높은 화면을 구현해냈던 만큼 스크린으로 만나는 < 빨간머리 앤 > 은 분명 또 다른 감흥을 전달해 줄 것이다.

더욱이 3D로 리마스터링된 < 라이온킹 > 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는 시대, 전통적인 셀애니메이션 기법의 < 빨간머리 앤 > 은 투박한 듯 섬세한 화면으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추억 속 '앤'의 그 수다를 극장에서 생생하게 듣는 느낌은 분명 색다르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갖을 궁금증 하나. 그렇다면 < 빨간머리 앤 > 은 시리즈 전편을 계속해서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걸까. 아직 일본에서도 이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만 완성됐기에, 그 해답은 다카하타 이사오를 비롯한 제작진만이 알고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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