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대생의 '비극', 성폭행 관대한 문화 바뀌나

2012. 12.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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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에 정부·정치권도 적극 대응 그동안의 발언·대처방식 보면 변화 '난망'

국민적 관심에 정부·정치권도 적극 대응

그동안의 발언·대처방식 보면 변화 '난망'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버스 집단 성폭행 사망 사건이 성범죄에 관대한 인도 사회를 바꾸는 촉매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6일 의대에 다니는 여대생이 약혼자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심야에 버스에 탔다가 집단 성폭행과 심한 구타를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22∼23일에 뉴델리에서 수천명이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를 점거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또 피해자가 치료를 받다가 2주 만에 끝내 사망한 뒤에는 루크노우, 하이데라바드, 첸나이, 뭄바이 등 인도 곳곳에서 추모 집회가 개최됐다.

사회과학자인 란자나 쿠마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하며 경찰은 성범죄를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두 딸을 둔 어머니인 무마티 나이야르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해야 한다"며 "딸들에게 어떤 옷을 입지 말고 어디를 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신 아들을 잘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이번 사건 피해자는 우리의 순교자"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인들도 성범죄 근절과 여성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하고 나섰다.

만모한 싱 총리는 피해자가 사망한 뒤 "모든 정파와 시민사회는 계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인도를 개조하는 우리 열망을 이루도록 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집권당인 국민회의당 당수인 소냐 간디도 이례적으로 국영방송에 출연해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비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싱 총리와 간디 당수는 29일 새벽 4시 이른 시간임에도 델리공항에 나가 딸의 시신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피해자 부모를 위로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은퇴한 대법관을 수장으로 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하고 최고 형량을 무기징역에서 사형으로 높이는 등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심야 시간대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는 한편 버스가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를 설치하고 경찰 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 처벌을 한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신속 처리하는 전담 법정을 세우기로 했다. 현재 인도 법원에 계류 중인 성폭행관련 사건은 4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격앙된 분위기에 비해 정치인들의 반응은 너무나 느리고 미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0세인 만모한 싱 총리가 낮고 단조로운 억양으로 처음 성명을 내놓은 때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였다고 BBC뉴스는 지적했다.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간디 당수는 역설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뒤에야 시위 학생들을 만났다.

싱 총리나 간디 당수 혹은 젊은 장관들 중 누구라도 일찌감치 시위대를 만나고 단호한 대처를 언급했다면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전개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뉴델리 경찰국장은 텔레비전 뉴스에서 남자들도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성폭행과 소매치기를 동급으로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수실 쿠마르 신데 내무장관은 장관들이 시위꾼이나 공산주의자들과 같은 모든 시위대를 일일이 면담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이번 사건에 분노한 시민을 극좌 세력과 동급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이와같은 반응은 인도 지도층이 국민을 대변하는 세력이 아니라 지배 계층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인도 지도층은 국민과 점점 유리되고 있고 젊은 시민과 소통하는 기술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자와할랄 네루나 인디라 간디와 같은 카리스마 있고 대중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없는 것도 한 요인이다.

갈등이 있는 지역을 직접 찾아다녔던 간디 등과 달리 싱 총리는 선거를 치른 적이 없고 간디 당수나 그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아들 라훌 간디는 대중 연설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정치 평론가들은 그러나 2014년 총선까지 여성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힘을 유지한다면 인도 사회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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