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솔로대첩, 왜 실패했나

정용인 기자 입력 2012. 12. 29. 15:08 수정 2012. 12. 29. 15: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실패다.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의 짓궂은 사용자들 사이에 논의되던 성추행 사건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추축제' 즉 "남성 참가자만 득실득실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12월 24일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솔로대첩 이야기다. 이날 트위터에 오른 관전평이 화제를 모았다. "경찰이 제일 많았고, 다음은 비둘기, 그 다음이 남자, 그리고 여자."

12월 24일에 열린 솔로대첩. 참가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은 결국 이날도 솔로의 비애(?)를 곱씹어야만 했다. 김기남 기자기자는 2주 전 이 코너에서 '솔로대첩이 과연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일각의 우려를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를 내보낸 뒤 전화를 받았다. 기사에서 주최 측이 "상업적 목적에서 참여한" 것으로 지목한 기획사 대표 A씨였다. 그는 "억울하게 매도당했다"며 녹취한 파일과 캡처 증거물을 제시했다. 자료를 근거로 추가 취재를 진행하던 중, 이 기획사 대표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밤새도록 고민했다. 모든 자료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접으려 한다." 그런데 사건(?)은 주최 측이 같이 비난했던 또 다른 회사대표 B씨가 일으켰다. B씨는 네이트판에 저간 사정과 억울함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솔로대첩 기획자들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었다. 의혹은 스태프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청문회'를 개최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행사 이틀 전이었다. 결국 남는 의심은 이것이다. 행사 주최자들에 대한 의혹과 실망한 스태프의 이탈, 부스를 설치하기로 했던 기업들의 후원 취소 등이 12월 24일 행사가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솔로대첩을 준비한 '님연시' 유태형 대표(26·대학생)와 통화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솔로대첩에 이어 "2013년 5월 4일 '커플대첩'이라는 행사를 열 것이고, 밸런타인데이에 열 행사도 구상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확실한 것은 대학생이 준비했고 준비와 진행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그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길가다가 4~5명에게 물어봤다. 솔로대첩 주최자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엄청 재미있다고 했다. 커플이 되지 않았지만 여자들도 꽤 많이 왔다. 언론에서는 9대 1이라고 보도되었지만, 7대 3에서 6대 4 정도는 되었다. 대부분이 그냥 구경하는 분위기였다. 애초의 취지가 용기를 내서 이성에게 한 번 말을 걸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는 힘든 것 같다."

뭔가 이야기가 다르다. 기자가 그동안 취재한 '뒷이야기'와도 맞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하나씩 짚어봤다. 유 대표의 말. "최악의 상황까지 가서 청문회까지 연 것은 사실이다. 그때마다 든 생각은 미숙하고 못났지만 이 자리에서 도망가는 것은 절대 안 되겠다는 것이다. 질타든 뭐든 다 받겠다. 맨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생이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고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초심이었다." 행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쪽이 말하는 것은 과연 그 초심이 지켜졌느냐는 것이다. 글쎄. 어쨌든, 준비한 스태프나 대표 모두 좋은 인생경험으로 남았기를.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지 않나.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