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성추행·불투명한 재정 등 겨냥
‘목회자 윤리선언’ 만들어 교회 개혁 앞장
발달장애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듣고
‘밀알학교’ 세워 장애인 사역에 헌신
하지만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70) 원로목사는 한국 개신교계 ‘거목’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흔히 ‘복음주의 운동 1세대’로 불리는 그는 2월 담임목사에서 원로목사로 물러나 앉은 뒤 ‘목회자 윤리선언’ 제정에 앞장서는 등 교회 개혁에 나서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한국 교회가 상식이 없는 집단으로 변모되었다는 겁니다. 신학교 교수, 교회 목사, 장로 너나할 것 없이 상식의 기본이 없습니다. 기독교적인 관점이라는 미명 아래 상식 이하의 짓을 많이 저지릅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기독교를 배척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상식 이하의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홍 목사가 지적한 교회의 ‘몰상식’은 무엇일까. 최근 문제가 된 목회자의 신도 성추행, 불투명한 교회 재정, 교단 총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추태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개신교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다른 종교에 대한 지나친 배타성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홍 목사가 주도해 만든 ‘목회자 윤리선언’은 이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내용이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는 “사람이 많이 모인 교회에 가보면 자기 사람이나 신도를 모았을 뿐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영혼의 성장은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포이에마 제공 |
“아버지는 목사도 실수할 수 있다며 그때 꼭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하셨죠. 또 목사는 늘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말라고 하셨어요. 목회하면서 아버지의 당부를 지키며 살아았습니다. 그랬더니 축복이 있었습니다.”
남서울은혜교회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한다. 남서울은혜교회가 장애인 전문 교육기관인 ‘밀알학교’를 세운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홍 목사 스스로 40년 가까운 목회인생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장애인 사역을 꼽았다.
“발달장애아를 둔 엄마들이 ‘하나님, 나 죽기 전에 1년 먼저 내 아이를 데려가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 얼마나 참혹한 기도입니까. 그 기도에서 밀알학교가 시작됐습니다. 숭실대 철학과 재학 시절 은사인 안병욱 교수님한테 ‘무슨 일이든 한 가지를 붙잡고 10년만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뒤로 뭐든 붙잡으면 10년을 합니다. 장애인 사역이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남서울은혜교회 20주년기념위원회는 그동안 홍 목사가 펼쳐 온 사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여기까지 왔습니다’(이나경 지음, 포이에마)를 최근 펴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그렇게 많은 일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었는지 놀랍고 감사할 뿐”이라며 “앞으로도 홍 목사 같은 지도자가 많이 배출돼야 한국 교회에 장래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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