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니 "고음 내야 노래 잘하는건 아니잖아요"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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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 & M |
발랄해 보이는 성격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신선하다. 갓 21세의 앳된 얼굴이지만 감성만은 마치 인생의 큰 폭풍우를 거쳐 온 느낌이다. 지난 9월과 12월 '보고 싶은데'와 '전설 같은 이야기'로 등장한 보컬 하이니다.
최근 < 뮤직뱅크 > 와 < 엠카운트다운 > 에 출연했던 경험에 대해 "아, 너무 떨었어요. 긴장도 너무 했고 잘하려다 보니까 성대 결절까지 와서..."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였다.
신예 하이니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
하이니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 혹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는 또 다른 신예 보컬 이하이와 비교되지 않는지 다소 짓궂은 질문부터 던졌다. "왜 없겠어요~ 이하이니? 뭐 이렇게 물어보는 친구도 있어요"라고 답했다.
하이니는 베트남어로 '귀한 아이' 혹은 '귀한 아기'라는 뜻이다. 어려운 형편으로 오래전부터 베트남에서 일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붙여준 예명이란다. 유리라는 본명이 있었지만 청중에게 각인하기 위한 이름을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가 직접 제안했던 이름이다.
그녀는 매력적인 중저음을 갖고 있었다. 보통 국내 여성 보컬이 대부분 발라드풍에 깔끔한 고음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해 중저음으로 풍부한 감성을 담아내는 보컬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니가, 그것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보컬이 이 시점에 등장했다는 건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다양한 성격의 음악을 들을 즐거움이 커지는 셈이니 말이다.
"흑인 느낌이라는 칭찬은 과분해요. 그분들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있잖아요. 저는 중저음을 남들보다 잘 다룰 줄 안다는 정도죠. 아직은 소울(soul)이 좋다는 칭찬도 과분해요.(웃음)
개인적으론 중저음의 여성 보컬이 많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오디션 프로가 많이 나오고 다양한 개성의 참가자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고음을 내야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많은 분이 고음을 잘하시니까 전 저만의 색으로 도전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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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보컬에서 솔로로 데뷔하기까지...재능 무궁한 원석이었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하이니는 케이블 드라마 < 제3병원 > OST의 가이드 보컬(본 가수가 녹음하기 전에 미리 멜로디를 불러주는 보컬로 정확한 음정과 악보 해석력이 필요함)로 참여했다가 가수로 발탁됐다.
"가수가 하고 싶었죠. 하지만 쉬운 게 아니잖아요. 노래를 연습하며 여기저기 오디션도 봤어요. 형편이 좋진 않았지만 부모님께선 하고 싶은 걸 해보고 끝까지 가보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중학생 때 방에서 혼자 노래를 틀고 고래고래 따라 부르니까 엄마 눈엔 잘 부르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그래서 겨우 보컬 트레이닝 학원에 가게 됐는데 선생님께서도 나이에 맞지 않게 감성이 좋다고 하셨고, 용기를 얻었죠. 언젠가 제가 부른 노래를 녹음에서 엄마에게 들려 드렸어요.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이었는데 그걸 들으시고 나중에 혼자 우셨대요. 앞으론 제 노래로 웃게 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이니는 데뷔 이후에도 매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지난 11월엔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에 다녀왔단다. 베트남식 이름에 관객은 환호했고 하이니는 더욱 다부진 각오를 하게 됐다고.
"기회가 되면 베트남에 아버지가 계시니까 베트남 TV에서도 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빨리 성공하기보단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제 모습을 조금씩 알리면서 '아 하이니라는 가수가 있구나' '하이니가 추구하는 음악이 이거구나'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싶어요.
금방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길게 그리고 오래가는 게 맞다고 봐요. 제 중저음을 많이 알리고 음악성을 추구하고 싶어요. 아이돌이나 정통 발라드가 아니어도 제 목소리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창력도 중요하지만 자신 만의 분위기로 개성을 전하고 싶은 게 하이니의 목표다. 이소라의 풍부한 감성, 자우림의 개성 넘치는 곡 해석, 박화요비의 그루브가 있듯, 언제 어떤 날에 청중은 하이니 만의 느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하이니 역시 그 부분을 알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조금씩 완성도가 있어진다는 말이 제겐 최고의 칭찬일 거 같아요." 폭발적인 가창력도 좋지만 비가 땅에 스며들듯 천천히 적시기. 신예 보컬 하이니의 당찬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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