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의 무서운 일진, 곽정욱의 재발견

입력 2012. 12. 11. 14:05 수정 2012. 12. 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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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배우 곽정욱(23)은 KBS 2TV 월화드라마 < 학교 2013 > 에서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의 일진짱 오정호 역을 연기하고 있다.

ⓒ KBS

드라마 < 학교 2013 > 이 첫 회부터 충격적이었던 건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빼앗기자 담임의 손목을 꺾어서 되찾고, 폭력을 일삼는 오정호는 학교를 두려운 곳으로 만드는 인물이다.

학원물에서는 대개 두 개의 힘이 충돌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불량한 일진과 조용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불의 앞에서 힘이 발현되곤 하는 아웃사이더. 물론 멋있는 주인공은 후자다. 전자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바로미터가 된다. 정인재(장나라 분) 선생님과 약자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는 고남순(이종석 분)이 < 학교1 > 에서 장혁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역할이라면, 오정호는 그저 불온한 존재다.

"진짜 일진을 섭외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정호 역을 살벌하게 연기하고 있는 곽정욱(23)은 무려 연기 15년차 배우다. 악만 남아 있는 듯한 표정으로 노려볼 때는 배우 윤제문이 악역을 연기할 때의 모습이 언뜻 비치기도 한다. 오정호가 살기등등하게 노려보는 눈빛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10년 전 안재모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 야인시대 > 때문일 것이다.

어린 김두한으로 분해 몸집이 배나 큰 거지왕초를 상대로 싸웠던 곽정욱의 당시 나이는 11살. 이 역할로 2002년 SBS < 연기대상 > 의 아역상을 받은 그는 이후에도 어린이 드라마와 < 마왕 > < 선덕여왕 > < 거상 김만덕 > 등에서 아역으로 출연하며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았다.

< 학교 2013 > 의 현장컷. 오정호 역의 곽정욱(왼쪽)과 고남순 역의 이종석

ⓒ KBS

과거 < 학교 > 시리즈가 신인들이 스타가 되기 위한 지름길로 등용문 역할을 했다면, < 학교 2013 > 은 오랫동안 '어린' 역할에 머물러 있던 곽정욱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연기 정말 잘 하는 배우"라는 제작사 측의 칭찬이 자자했던 곽정욱이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로 오정호와 '딴판'이라서다. 담배 무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그는 비흡연자라고. 제작사 관계자는 "다른 배우(실제로는 성인)들이 모여서 담배를 필 때도 정욱이는 멀찍이 서 있다"고 전했다.

승리고등학교 최대의 문제아지만, 오정호는 빵셔틀부터 시작해 일진 똘마니를 거쳐 힘을 기른 이른바 '자수성가형' 일진이다. 오정호의 굴욕적인 과거를 드러내고 있는 < 학교 2013 >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은 그를 '기존' 일진짱이라고 표현하며 미래까지 귀띔했다. 오정호가 군림하던 자리에서 곧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건 지난 10일 방송된 3회에서 박흥수(김우빈 분)의 등장으로 예고됐다.

오정호는 그 역할을 권력의 이양에서 끝낼 게 아니라,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하는 캐릭터다. < 학교 2013 > 이 학생들의 주먹질을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면, 또 오정호를 시청자의 분노를 끌어내는 자극적인 요소로만 소비할 게 아니라면 일진이 악역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학교가 주도하는 계몽이나 교화가 아니더라도, 오정호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오정호, 아니 곽정욱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 학교 2013 > 을 보다가 무서우면, 그가 출연했던 어린이 드라마 < 요정 컴미 > 의 '강돌이' 사진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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