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10대 성폭행한 50대를 풀어준 재판부

송원형 기자 2012. 12. 1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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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5개월 구금 중 진심으로 속죄.. 피해자 부모도 선처탄원서"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을 2심이 집행유예로 석방했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일반인이 피해자인 경우보다 법정형이 높고, 최근엔 실형 선고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밤 경기도 가평에 사는 이모(54)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와 크게 싸운 뒤 화물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시골이어서 길은 어두웠다. 이씨는 길에서 A(15·정신지체 2급)양을 발견했다. 이씨는 A양을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와서 성폭행했다.

A양 부모의 고소로 이씨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A양은 경찰에서 "아저씨(이씨)가 (성폭행 이후에) 나를 부둥켜안고 울더니 목욕을 시켜서 차로 집 근처에 내려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A양이 장애인인 줄 몰랐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여러 차례 A양 부모를 찾아간 이씨 아내는 "저와 싸운 남편이 밖으로 나갔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제게도 책임이 있다. 용서해 달라"며 무릎 꿇고 빌었다.

A양 부모는 이에 고소를 취소했다. 하지만 '장애인 성폭행'은 친고죄(親告罪)가 아니어서 검찰은 지난 7월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에서 이씨는 재판부에 17차례 반성문을 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는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지적장애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나마 이씨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돼 중형 선고는 피한 것이다.

이씨가 구속된 지 5개월 만에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집행유예(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로 형을 한 단계 더 깎아줬다.

재판부는 "이씨가 5개월간 구금돼 있으면서 진심으로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10일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 A양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으며 사정이 딱하니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등 가해자 이씨를 '용서'한 점을 감형 사유로 감안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씨도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장애 3급인 점, 장애를 딛고 재기해 가족을 부양하던 와중에 범행에 이른 점 등을 감안했다"고 판결문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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