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오가사와라가 한국 노장들에게 보낸 메시지

조회수 2012. 12. 9.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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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한.일 챔피언십시리즈에 출전한 오가사와라. 사진=KIA 타이거즈

지난 주 바다 건너 일본 프로야구에선 놀랍고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한가지 전해졌다. 한때 일본을 대표하던 좌타자 오가사와라 소식이었다.

오가사와라는 지난 6일 소속팀 요미우리와 올시즌보다 무려 3억6000만엔이 삭감된 7000만원에 계약했다. 우리 돈으로 무려 47억3000만원 정도가 한번에 깎여나간 것이다. 이전까지 일본 프로야구 최대 삭감액은 2억엔. 오가사와라는 이 기록의 거의 두배 가까이 넘어섰다.

오가사와라는 1997년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 올해까지 16년을 활약했다.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서 모두 MVP를 차지한 바 있는 일본의 대표 선수다. 2007년 요미우리 이적후에는 4년 연속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잦은 부상 탓에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시즌 성적도 홈런 없이 타율 1할5푼2리, 4타점에 그쳤다.

오가사와라의 선택은 우리 프로야구의 고참급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서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특히 더 그렇다.

단순히 많은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야구에 도전하는 것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년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던 김재현은 오가사와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 생활에선 정말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수다. 하지만 훈련할 때 오가사와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늘 큰 소리로 훈련을 이끌고 밝은 표정으로 후배들을 독려한다. 오가사와라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훈련 분위기는 정말 큰 차이가 났다. 난 그를 늘 '해피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오가사와라는 시즌의 대부분을 재활 쪽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훈련은 2군에도 끼지 못해 3군 선수들과 함께 했다. 아무리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이라고는 하지만 3군에서 훈련중인 선수들은 사실상 연습생이나 다름 없다.

그런 선수들에게 오가사와라는 함부로 말 걸기도 어려운 존재다. 오가사와라와 함께 훈련하며 먼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선수는 3군에선 결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오가사와라 수준의 선수는 3군 훈련 분위기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가사와라는 달랐다. 자신이 먼저 소리치고 먼저 다가갔다. 김재현은 "오가사와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훈련 분위기가 밝아졌다. 역동적인 힘과 파이팅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오가사와라의 실제 성격이나 행동이 그럴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보여지는 것과 같이 카리스마 그 자체인 선수다. 자신의 훈련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어떤 언론의 취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훈련할 때 후배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또한 자신이 최상의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늘 최고의 자리에만 있었던 선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기약 없이 3군 선수들과 훈련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매우 많은 고참급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X팔려서'다. 또 괜히 어린 선수들 앞길이나 막고 있다는 눈치밥을 먹는 것 같아 스스로 옷을 벗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시간이 흐른 뒤 좀 더 할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은퇴한 것을 후회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고 혼자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오가사와라를 통해 조금은 답을 알 수 있게 됐다.

선수를 더 하고 싶다는 의지가 '야구에 대한 진심'의 발로라면 오늘부터 생각과 행동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오가사와라가 보여준 정답을 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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