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숙 "힘들고 불편하지만 미친듯이 연기한다"

2012. 12. 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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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고싶다'서 애끊는 모성 절절하게 연기 '내 딸 서영이' '너라서 좋아'까지 3편서 팔색조 변신

MBC '보고싶다'서 애끊는 모성 절절하게 연기

'내 딸 서영이' '너라서 좋아'까지 3편서 팔색조 변신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요즘 이 '아줌마'가 화제다.

인터넷에서 '폭풍 오열' '맨발 투혼' '절절한 모정'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아줌마가 화면에 등장했다 하면 쩍쩍 갈라졌던 마른 가슴도 금세 촉촉하게 젖어든다.

그 아줌마를 연기하는 이는 중견 연기자 송옥숙(52).

MBC TV 수목극 '보고싶다'에서 살인범 누명을 쓰고 죽은 전과자의 아내이자 성폭행당해 저수지에 버려진 여중생의 엄마 역을 맡은 그는 매회 '끝까지 가는' 강도 높은 감정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송옥숙이 '보고싶다'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현재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에서는 재테크에 능하고 딸을 좋은데 시집보내려는 '사모님'으로 등장한다. 또 SBS TV 아침연속극 '너라서 좋아'에서는 기업 회장님이다.

그야말로 팔색조 변신을 하고 있는 송옥숙을 최근 경기도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세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은 저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죠. '보고싶다'가 제일 늦게 섭외가 들어와서 스케줄상 거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강한 캐릭터라 꼭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또 내가 ('보고싶다'의) 문희정 작가 작품을 좋아해 좀 무리를 해서 하게 됐죠."

그런데 그는 "솔직히 문 작가가 잘 쓰니까 아무 생각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힘든 내용인지 몰랐다"며 웃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공포, 폭력 등을 너무 싫어해요. 그런데 1-3회 대본을 보니까 너무 섬뜩한 거에요. 또 실제로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드라마의 이야기도 싫었어요. '내가 미쳤나 보다. 이걸 왜 한다고 했지'하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죠.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을 그리고 있잖아요. 후반으로 가면서는 멜로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전 여전히 힘들고 불편한 게 사실이에요."

마음은 불편하지만 연기에서 주저함은 없다. '보고싶다'의 바닥을 치는 절절하고 깊은 감정선은 송옥숙의 애끊는 명연기를 타고 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후배 박유천, 윤은혜의 감정연기는 앞에서 이끄는 송옥숙의 뒤를 부지런히 쫓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극중 그는 딸을 '악마'에게 잃은 후 피 한방울 안 섞인, 딸과 동갑내기인 소년·소녀와 가족을 이루며 14년을 살아왔다. 이 셋의 인연도 기구하기 그지없는데 사건으로부터 14년이 흐른 현재 셋은 어떤 피붙이보다 살갑고 끈끈하게 뭉쳐 살아가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상처를 적당히 얼버무려 덮은 채 가고 있는 거라 무척 힘든 상황이죠. 그래도 최대한 재미있게 끌어가려고 하고 있어요. 아픈 부분은 젊은 애들끼리 해결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전 이런 역을 맡으면 얼굴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미친듯이 달려들어서 해요. '그래도 여배우인데 얼굴 좀 신경써라'는 분들도 있지만 밑바닥 인생이면 외모 포기하고 강하게 나가죠. 그래서인지 시장 아줌마에서부터 재벌 회장님까지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간 강한 역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 제 성격이 그렇기도 하고 감정을 진하게 표현하는 역을 좋아합니다. '보고싶다'의 엄마도 감정적으로 아주 센 역이라 저한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센 역할인 것은 '내 딸 서영이'와 '너라서 좋아'도 마찬가지다.

"'보고싶다'의 연기는 감정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사실 어려운 건 아니에요. 어려운 걸 따지면 '내 딸 서영이'와 '너라서 좋아'의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는 게 어렵죠. 똑같이 잘 사는 여자 역할이라 그 차이를 어찌 두느냐가 초반에 어려웠죠. 재미로 치면 '내 딸 서영이'가 제일 재미있어요. 그악스러워도 안 되고 아주 고급스럽게 가도 안 되는 그런 역이라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10회부터 캐릭터가 자리를 잡으니까 연기하는 게 재미있네요."

송옥숙은 2005년부터 쉼없이 변신 중이다. 그가 '무지렁이 아줌마'라고 표현하는 역할은 '패션 70s'에서부터 '그대, 웃어요' '가시나무새' '브레인' '옥탑방 왕세자' 등으로 이어졌다.

또 '베토벤 바이러스'를 필두로 지난해 그에게 SBS 연기대상 드라마스페셜 특별연기상을 안긴 '뿌리깊은 나무'와 '너라서 좋아'까지 그는 독특하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도 묵직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에서의 도담댁은 젊은층에게도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이 베테랑 연기자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뿌리깊은 나무는 정말 제게 행운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성에 안 차게 연기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역할, 그런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쁘죠. 북한 사투리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정작 연기는 잘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뭐든 대충하는 것을 싫어하고 승부욕이 강해서 도담댁을 맡고 사투리를 완벽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너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1980년 MBC 공채 탤런트 12기로 출발한 송옥숙은 도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13년간 살다가 2000년 돌아왔다. 이후 재혼과 출산을 한 그는 2005년부터 다시 발동이 걸려 연기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주변에 '난 시청률 보증수표야'라고 농반진반 말해요. 실제로 제가 했던 작품이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 많아요. 그만큼 운이 좋았던 건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연기자가 된 것도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재능과 운 등이 다 맞아떨어졌으니까요."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베테랑이자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로도 재직 중인 송옥숙은 그러나 "점점 연기가 두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물론 연기는 익숙해졌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내가 기술적으로, 기계적으로 타성에 젖어서 할까 봐 늘 걱정이에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늘 조심스러워하니 연기가 시간이 갈수록 더 두려워요. 전 데뷔작부터 칭찬을 많이 받아서 제가 연기 천재인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한 7년 정도 지나고 나서 데뷔작을 보니 닭살이 확 돋을 만큼 제 연기가 너무 창피한 거에요. 지금요? 연기가 늘 모자란 것 같아 매순간 불안해요."

송옥숙은 연기 외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7년 한국-필리핀 혼혈인 10세 소녀 지원을 입양한 것. 입양과 파양을 세 번씩 반복한 지원이의 네 번째 엄마가 된 그는 이후 지원이와 진짜 가족이 돼가는 과정 속 시행착오를 방송 등을 통해 솔직하게 공개했다.

"인류애적인 휴머니즘으로 한 일이 아니에요. 당시 둘째를 유산해 마음이 허했고 마침 주변에 그렇게 딱한 사연을 가진 지원이가 있어서 입양을 한 건데, 어찌 보면 경솔한 결정이었죠. 입양 이후 남들에게 지탄받을 만큼 내가 낳은 딸을 더 사랑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모든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극복하고 반성해가면서 살아가는 거죠. 아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은 지원이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몰라요."

"일로나 가정으로나 현재 부족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송옥숙은 "바람이 있다면 액션을 찍고 싶다. 나도 와이어 잘 탈것 같다. 진심이다"며 웃었다.

"아, 또 있어요. 예전에는 이순재 선배님처럼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은 게 바람이었는데 지금은 오래하는 것 못지않게 큰 무대에도 가고 싶네요. 배우가 한 번쯤 큰 무대에서 날개를 쫙 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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