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음식점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 '흡연=범법(?)'..금연정책에 우는 자영업자들

정의진 입력 2012. 12. 9. 06:03 수정 2012. 12. 9. 09: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정의진·민숙영 기자 = 음식점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A호텔 근처 한 대형 음식점. 150㎡(약 45평) 이상의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의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첫날이지만 업주 등 일부 관계자를 제외한 대부분 고객들이 시행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 친 탓인지 잔뜩 움츠린 상태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왔다는 박명진(가명·43·사업)씨는 "정부에서 금연구역 지정 등 잇달아 금연대책을 내놓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아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면서 "금연도 중요하지만 흡연을 할 권리도 있다"며 피우던 담배를 들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또 길 건너편 D카페도 업주와 일부손님만 시행 사실에 대해 알고 있고 대부분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카페주인 박희영(가명·여·55)씨는 "대부분 금연에 대해 손님들이 잘 이해줘서 별 문제는 없지만 일부 손님은 금연시행 사실을 공지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흡연을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면서"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장사도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님을 가려 받을 수 도 없고,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수유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하진(가명·31)씨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가게도 오늘 내일 하는 마당에 흡연실 설치가 웬 말이냐"며 "단골손님마저 발길을 끊을까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음식점이나 호프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많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에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중소상인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일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소상공인진흥원이 공동 발표한 자영업자 통계자료(2004~2009년)를 보면 매년 59만5335곳이 창업했고 57만7501곳은 휴·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숙박 및 음식점업의 휴·폐업 비율은 22.1%로 도소매업(26.8%)에 이어 가장 높았다. 평균 존속기간도 5년6개월로 조사됐다. 신규 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71.61%, 3년 43.28%, 5년 29.08%로 해가 갈수록 짧아졌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가게 규모를 기준으로 금연정책 적용 유무를 결정한다는데 대해 반발이 크다. 대형 음식점 등에만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시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소규모 영업점들의 준비상황 등을 감안해 8일부터 대형 음식점 등에만 새 금연정책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는 100㎡ 이상,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면적의 음식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커피숍 등 일부 업소의 의견을 반영해 차단벽 등으로 금연구역과 완벽하게 분리하고 환기시설을 갖춘 흡연석을 '흡연실'로 간주, 2015년 1월 이전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462㎡(약 140평) 규모의 호프집을 운영하는 윤지혜(가명·여·48)씨는 "우는 가게는 규모가 커서 세금도 많이 내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작은 가게는 되고 큰 가게는 안 되는 법이 어디 있냐, 규모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씨는 "불황이라 장사도 안 되는 상황에 흡연실 설치는 말도 안 된다"며 "비용 지원도 없고 흡연실을 만들 곳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 커피전문점 B커피의 한 관계자는 "다행히 외부와 차단된 시설을 갖춘 흡연석이 이미 설치돼 있어 3년간은 별 다른 영향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2015년부터는 흡연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확장공사에 페인트칠까지 공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흡연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10년 넘게 흡연을 하고 있는 직장인 안신균(가명·33)씨는 "흡연자들을 자꾸 박멸대상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모욕감을 느낀다"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벌을 받는 기분"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대학생 김민형(24)씨는 "담배도 술과 같이 기호품에 불과하다"며 "길거리에 즐비한 술집은 괜찮고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끊으라는 것은 흡연자들에 대한 횡포"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왕수목(가명·29)씨도 "흡연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 때문에 금연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대부분 이번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현석(40)씨는 "가게 규모를 떠나서 모든 공공장소는 금역 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며 "담배 냄새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효영(여·24)씨는 "음식점과 카페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찬성 한다"며 "먹는 곳에서까지 꼭 담배를 피워야 하나 싶다. 되도록이면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웠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jeenjung@newsis.comshuying@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