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내돈..내돈..' 최소 1,800,000,000,000원

2012. 12. 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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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휴면예금·보험금 해마다 2천억꼴일정기간 지나면 소유권 금융사로절반가량은 휴면재단 출연되지만나머지는 여전히 '잡수익'으로 챙겨

카드사 포인트도 한해 1천억씩 소멸증권계좌 휴면금은 관리조차 안돼안찾은 고객돈 종합관리기구 필요주인 되찾게 하거나 복지재원으로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예금·보험금·주식 등 '미청구 재산'이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부는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중앙재단)에 출연되거나 '주인 찾기 운동'을 통해 원소유주에게 돌아가지만, 상당액은 관리회사나 위탁기관 등이 보관하거나 자체수익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뉴질랜드처럼 미청구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법률과 기구가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 미청구재산, 어떤 게 있나?

3일 <한겨레>가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집계한 결과, 정해진 기간 안에 주인이 찾지 않아 발생한 미청구재산은 모두 1조796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청구재산의 개념이 아직까지 자리잡지 않았지만, 미국 법률에서 미청구재산은 '법이나 약관 등에 정해진 기간 동안 소유자가 사용하지 않아 휴면 처리된 모든 금융 재산'을 말한다.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 미수령 주식, 휴면성 증권계좌, 휴면성 신탁금, 미수령 파산저축은행 배당금,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 등이다.

대표적 미청구재산인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은 각각 4301억원(2008~2011년), 3854억원(2007~2010년)에 이른다. 해마다 2000억원 꼴로 발생한다. 휴면예금은 거래중지 뒤 5년, 휴면보험금은 효력상실 뒤 2년이 지나면 은행과 보험사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또 저축은행 파산 이후 발생한 배당금을 찾아가지 않아 생기는 미수령 파산저축은행 배당금도 현재 157억원이 쌓여 있다. 미수령 배당금은 법원 공탁기간(10년)을 거쳐 국고에 환수된다.

미수령 주식과 휴면성 증권계좌, 휴면성 신탁금은 각각 1250억원, 480억원, 2830억원 등 모두 4500억원 정도 쌓여 있다. 이들은 위탁 매매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은 넘어가지 않고 해당 기관이 보관하게 된다. 이밖에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쌓이는 이용적립금(포인트)도 해마다 1000억원 정도 사용되지 않은 채 소멸되고 있으며, 카드사가 발행하는 기프트카드 등에서도 연간 수십억원의 미청구재산이 발생하고 있다.

■ 예금·보험금만 관리, 나머지는 주먹구구

미청구재산 가운데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은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 정도다. 2000년대 중반 은행과 보험사가 고객 돈을 잡수익으로 처리하는 관행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일면서 2007년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법이 제정됐다. 은행과 보험사는 법에 따라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하고, 재단은 이 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여유 재산으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저금리 창업을 위한 대출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출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국감 자료를 보면, 2008~2011년 사이 전체 휴면 발생액 대비 출연액 비율이 휴면예금은 61%, 휴면보험금은 46%에 그친다.

2010년엔 강명순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휴면예금·보험금의 출연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은행과 보험사의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미청구재산의 '공적인 관리'보다 불로소득을 얻은 '은행·보험사의 소유권'이 우선시 된 것이다.

휴면예금·보험금을 제외한 미수령 주식, 휴면성 증권계좌, 휴면성 신탁금 등 나머지 미청구재산의 경우 해당 금융기관들이 가끔 '주인 찾아 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뿐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주인 찾기 캠페인도 성과가 크지 않다. 은행연합회가 올해 초 두달간 휴면성 신탁금 찾아가기 행사를 벌였는데, 전체 3224억원 가운데 주인이 찾아간 금액은 390억원(12.1%)에 그쳤다.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원소유자에게 통보를 하는 데 필요한 우편 비용 등으로만 수천만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 미국·뉴질랜드 등 체계적 관리

외국에서는 미청구재산을 종합관리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각 주마다 미청구재산법(Unclaimed Property Act)을 근거로 주정부가 미청구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청구재산의 범위는 예금과 보험금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배당금, 양도성예금증서, 미지불 임금, 신용기금 및 에스크로 계좌 등 다양하다. 원권리자는 언제든 자신의 재산을 되찾을 수 있고, 일부 매각 자금 등을 통한 수익은 교육·보건·복지서비스 등에 사용한다. 뉴질랜드에도 미청구금전법(Unclaimed Money Act)이라는 비슷한 법률이 있고, 영국은 휴면예금 활용과 관련한 입법을 현재 준비중이다.

미국의 미청구재산법과 우리나라 휴면예금법의 가장 큰 차이는 재산의 이동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소유권은 건드리지 않은 채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재산을 '이관' 받지만, 우리나라에선 소유권 이동을 전제로 재산이 '출연'된다. 이 때문에 소유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게 됐고, 출연 자체도 의무가 아닌 선택이 돼버렸다.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하는 '신나는 조합'의 이성수 상임이사는 "제3의 기관이 휴면예금 등 미청구재산의 관리를 종합적으로 맡고, 여유자금은 복지서비스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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