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맥주, 북 대동강맥주보다 맛없어"
남한의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훨씬 떨어진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혹평했다. 국내 업체들이 중요 원료인 보리누룩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라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맥주가 대표 업체의 과점과 중소 업체의 진입을 막는 규제로 음식만큼의 '맛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맥주가 맛없는 이유는 카스와 하이트 브랜드가 시장을 양분하면서 중요한 원료인 보리누룩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리누룩 대신 쌀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옥수수로만 만드는 맥주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울의 슈퍼마켓 5곳을 조사해본 결과 두 업체의 330mL 캔 제품 가격이 1850원으로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맥주와 달리 북한의 대동강맥주는 영국에서 수입한 장비로 제조돼 훨씬 맛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맥주시장의 과점 배경으로 중소업체들의 진입이 어려운 규제 환경을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생산능력이 100만ℓ를 넘어야 도매유통이 가능했던 규제가 12만ℓ로 낮춰졌지만 복잡한 세제와 수입관세 등 장벽으로 맥주 생산에 도전하는 업체는 여전히 드물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하는 등 발끈하고 나섰다.
국산 맥주가 싱겁고 맛이 없다는 인식은 각국 소비자 선호도, 맥주 제조기법 등을 잘 몰라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맥주 맛은 유럽식에서 미국식으로 변화를 겪어왔다는 것이다.
맥아 함량이 부족해 맛이 없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오비맥주 측은 "국산 맥주의 대부분은 맥아 함량이 70% 이상이고 OB골든라거 등 100%인 맥주도 있다"며 "소비자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맥아함량을 조절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동강맥주가 영국에서 수입한 장비로 제조돼 한국 맥주보다 더 맛이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주장도 잘못된 지적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의 2009년 대동강맥주 광고화면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봄 '조선의 유명한 대동강맥주'라는 제목으로 자랑했다.
중앙통신은 "대동강맥주 공장에서는 세계최고의 맛과 질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심화시켜 10도,15도 흑맥주, 10도, 11도 건맥주(발효도가 높은 연한형) 등 여러가지 맥주품종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또 식료공업부문에서 효소당화법을 비롯한 발전된 생산기술을 도입하여 맥주의 발효도를 높임으로써 그 맛과 질을 훨씬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대동강맥주도 보조원료로 쌀을 사용한다. 중앙통신은 흰쌀과 길금을 배합한 새 품종의 맥주들은 사람들속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흰쌀을 보조원료로 리용한 맥주는 맛이 연하고 깨끗하며 거품성이 아주 좋은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대동강맥주는 평양에만 '대동강맥주집' 200여곳이 운영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북한내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는 2009년 7월 평소 딱딱한 느낌을 주는 북한의 일반 TV광고와 달리 땀이 맺힌 남성이 맥주잔을 들이켜며 "어,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2분47초짜리 상업광고(사진)를 내보내기도 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여름 "평양 보통강 구역의 '경흥관 대동강생맥주집'이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하루 3500~4000명의 손님으로 북적거린다"고 소개한 바 있다.
미국의 한 재미사업가가 지난해 6월 판매를 목표로 미국에 대동강맥주를 수입하려고 했으나 수입제한 품목 논란이 일면서 차질을 빚은 바 있다.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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