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가계부채 우선 해결"..70분 동안 '준비된 답변'

2012. 11. 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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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중파·종편 단독토론

구직자 입장되어 '국민 면접

저출산·NLL 등 공약주임 질문

경제민주화 갈등 등 언급 안해

일부 패널 '친여 인사' 출연에

대본유출 논란 불거지기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6일 단독으로 텔레비전 토론회를 했다. 2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했던 단일화 토론회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새누리당 요구로 마련된 토론회였다. 새누리당이 준비팀을 꾸려 내용과 형식, 방청객 등을 미리 준비한 탓에 긴장감이 떨어진 토론회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면접'이라고 이름 붙인 토론회는 지상파 방송 3사 등이 생중계했다. 박 후보는 70분 동안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전문가 패널 4명, 시민패널 3명과 토론했다. 박 후보는 입간판 모양의 대형 이력서를 마련해 보이는 등 구직자 입장에서 국민 앞에 면접을 보는 형태로 토론에 나섰다. 이력서의 74~79년 항목에는 '퍼스트레이디 대리'라고 적혀 있었다.

박 후보는 시종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인간적 면모와 정책을 알리는 데 치중했다. 들머리 발언에서 "여러분의 기대를 모아 삶을 더 행복하고 보람있게 바꾸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이번이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란 각오로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중점 공약은 미리 준비된 삽화판 앞에서 강의하듯 설명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경제가 위협받는 만큼 국민 행복 기금을 설치하겠다. 가정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사회악을 근절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면접관'으로 등장한 패널들은 가계부채 대책, 부동산 활성화 대책, 여성 대통령에 대한 생각, 저출산 대책,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박 후보가 강조한 공약 중심으로 예측가능한 질문을 던졌다. 한 패널이 "이번 선거에서 돕는 분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자리를 안 준다는 선언을 하면 안 되느냐. 웃자고 하는 얘기 아니다"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라고만 말했다.

과거사 인식 문제나 의사 결정 과정의 불투명 문제, '불통' 논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의 갈등 등 수차례 박 후보의 과제로 지적된 부분에 관한 물음은 없었다. 박 후보는 시종 웃음을 띤 채 특별한 메모 없이 강의하듯 정책을 설명했다. 박 후보는 화를 어찌 푸느냐는 물음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려운 시절에 어찌하든 어려움을 극복해보겠다며 많은 책을 읽었다. 거기서 좋은 글을 적어 읽어보았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시작 전 대본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박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 질문지와 답변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대 후보가 없는 '나홀로 토론'도 모자라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유출된 큐시트(대본)에는 박 후보가 어느 대목에서 땀을 닦고 머리와 옷을 정돈할지 등 사소한 액션까지 적혀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이런 큐시트는 작성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거짓말 시나리오를 만들어 비난·공격하는 질 낮은 흑색선전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비빔밥으로 꼽는 대목 등은 유출됐다고 알려진 대본에 언급됐다. 또 일부 유출 대본에 '예상 질문'으로 등장한 '왜 시장 보러 갔는데 달랑 8천원만 들고 가셨어요?'라는 대목은 실제 방송에서 자갈치 시장 방문 사진과 함께 질문이 나왔다.

새누리당이 토론회 시작 전까지 패널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구설에 휘말렸다. 토론회 패널로 나온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고소영' 내각 파문 당시 한 방송 토론회에 나와 "현대사 과정에서 땅투기를 안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안 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출신이자 뉴라이트 싱크넷 회원 출신이다. 홍 교수는 "오늘 면접을 잘 치르시면 12월19일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는 토론회 패널로 진보 쪽 인사를 섭외하려 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연철 김외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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