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요양원이 혐오시설?..두 번 우는 노인들

김종원 기자 2012. 11. 20. 2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혐오시설의 뜻이 뭡니까? 싫어하고 또 미워하는 시설입니다. 동네 노인 요양원들이 이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 입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내걸린 현수막과 삼엄한 경비.

[노인 요양원 운영자 : 경비들이 못 들어가게 가스총을 차고 막고요, 여기에 쇠줄로 다 칭칭 감아놓고. }

조용했던 아파트 단지에 이런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 아파트의 한 가구에 가정형 노인요양원이 들어서기로 한 뒤부터 입니다

[아파트 주민 : 노인분들이 많으니까 입구부터 역한 냄새가 사실 많이 나요. 아파트에 요양소도 물론 생겨야겠지만, 하필이면 이런데(우리 아파트) 요양소가 있을 것까지는 없잖아요.]

주민들이 결사반대하면서 24시간 경비까지 서고 있습니다.

노인 요양소가 들어설 예정인 이곳 아파트 103동 앞에는 이렇게 비닐로 만든 임시 초소와 차량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이런 쇠사슬 바리케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봉고차로 환자들 이런 사람들 데리고 오면 대번에 육안으로 알잖아. 여기 자체를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있는 거야) 원천봉쇄를 하려고.]

자비 4억 원을 들여 60평형 아파트를 구입한 운영자는 실내에 스프링클러 시설까지 설치하고 시청에 운영 신고를 했지만 아직도 요양원 문을 못 열고 있습니다.

[이경환/요양원 원장 : 최초로 스프링클러를 설치를 했어요. 설치하는 것을 들어와서 보고 알고서 그때부터 집단으로 매일 시위하고.]

새로 문을 열긴 커녕, 잘 나가던 요양원도 쫓겨나고 있습니다.

4년간 노인 9분을 모시고 빌라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다 지난달 시설을 폐쇄했다는 원장.

인터뷰를 하려는데,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누군가 초인종을 누릅니다.

[빌라 관리소장 : 아니 (방송국) 차가 여기 와 있으니까 주민이 궁금해하시고 민원이 들어와서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방송사 차를 보고 혹시 노인 시설이 다시 들어설까 불안한 주민들이 관리소장을 보낸 겁니다.

[이종오/폐업 요양원 원장 : 저희들이 벌써 이사간 지가 두달이 넘었는데도 사실 예민하게 반응을 합니다.]

노인이나 운영자나, 마음의 상처가 큽니다.

[원장 : 부모님께서 이거(현수막)를 아침저녁으로 보시면 걱정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사실 이 업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더라고요.]

주민 들은 여전히 완강합니다.

[노인인구가 점점 늘어나는데 이런 시설이 주민 삶 속에 들어와야 (편하지 않을까요?)]

[빌라 주민 : 그러면 화장터 멀리 갈 거 뭐가 있어? 가까이 동마다 한 개씩 간단하게 소각시설 만들어 놓으면 되지. 돼지고기 먹지? 동네에 움막 짓고 돼지 키워서 잡아먹으면 되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잖아요.]

무작정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칠 일이 아니라는 항변이 이어집니다.

[빌라 주민 : 그분들(노인들) 교육프로그램 중에는 막 풍물 꽹과리를 치는 게 있어요. 쿵쿵거리고 집 안이….]

가정형 요양원은 4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민간업자가 주택가에 시설을 만들면 정부가 노인 장기요양 보험료를 지급해주는 제도입니다.

멀리 떨어진 대규모 요양원이 아니고 자녀 근처의 가정집에 머문다는 장점 때문에 선진국형 노인 시설로

호응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저 주택가에 설치해도 된단 규정만 있을 뿐,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이런 마찰을 중재할 기관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고령화를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지만 정부도, 주민도, 그러니까 우리 사회 전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입니다.

[원장 : 우리 동료들이 엄마 ·아버지들이 가실 곳이 없는 거예요. 나중에는 본인들이 나이들었을 때 어떻게 해요. 역지사지죠.]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종우)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