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면초가' 애플, 삼성전자 낸드 재주문 '굴욕'

황민규 입력 2012.11.12. 15:20 수정 2012.11.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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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애플이 연이은 부품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에 아이폰5에 대한 부품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최근 애플의 디스플레이 패널 주요 공급업체인 일본기업 샤프에 대한 파산 전망이 제기되면서 애플의 '다변화' 전략에도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그간 아이폰5, 아이패드미니 등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해온 샤프에 2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샤프에게 부품 선수금을 지급함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한편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조치다.

LG디스플레이(034220)가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GD의 부품 수급 비율은 현재 40%선에서 50%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지난 8월부터 메모리 반도체 납품단가를 놓고 으르렁 대고 있는 양사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또한 세기의 특허전으로 불리고 있는 특허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애플로서는 부담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샤프가 흔들릴수록 LG디스플레이가 확실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까지 직접적인 반사이익 범주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보다는 재팬디스플레이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그 정도의 대안을 만들어 놓지 않고서 샤프를 버릴 리 없다"고 단언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에게 다시 낸드플래시 반도체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005930)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물론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 부품의 필요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비중 규모 또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주요 외신이 아이폰5를 분해한 결과,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에 도시바와 엘피다가 삼성전자보다 많은 양을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의 부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산 부품 비중을 다소 늘리기는 했지만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은 이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000660)의 과점 상태인데 이중에서 삼성을 빼고 나면 선택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에 낸드 플래시 반도체 물량을 대량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애플의 한계가 극에 달했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지난 8월경 애플이 삼성과 낸드플래시 납품가 문제를 놓고 충돌, 결국 부품공급 중단 사태까지 이르렀던 전례를 비춰볼 때 애플이 결국 단가를 높여 삼성으로부터 물량을 조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품가격 협상에서 삼성전자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애플이 자랑하는 높은 영업 마진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 점도 애플로서는 치욕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탈삼성' 전략이 감정싸움에 치우치면서 현실을 간과함에 따라 결국 삼성에 대한 의존도만을 재확인시킨 꼴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일시적 수급 괴리로 인해 예전과 다른 구매 행태를 보인 것일 뿐이라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시장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애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게 주장의 주된 논거다. 애플과 삼성이 전체 부품업계 구매의 대부분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일시적인 수급괴리에 의해 종전과 다른 패턴의 구매 행태를 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에 낸드 물량을 주문한 건 일시적인 수급 부족으로 인한 조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삼성 비중을 줄여 나간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며 "다만 아이폰5의 경우 초반부터 부품 수급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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