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 "처갓집서 열쇠 받은 변호사 돈 못 번다고 이혼당하기도"

최종석 기자 2012. 11.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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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 변호사들이 본 세태

"4년 전 한 법조인 부인의 이혼 소송을 맡은 적이 있어요. 고시생 때 만나 결혼한 남편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나와 주변에 좋은 혼처가 많다고 이혼하자고 했다더군요. 더 기가 막힌 건 그 여자분이 당시 임신 중이었다는 거예요. 임신한 부인까지 버리고 조건 좋은 혼처를 찾아 새 장가든 그 후배, 지금은 행복할까요?"

20여년간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A변호사는 4년 전 이혼 소송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A변호사 외에도 본지 취재팀이 만난 이혼 전문 변호사 6명은 "법조인들이 이혼하는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이 많다"면서 "물질적 조건을 중시하는 법조계의 결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느 변호사 부부의 이혼 소송을 맡았다는 B변호사는 "변호사라기에 처갓집에서 집과 혼수를 모두 마련해줬는데, 막상 결혼해보니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벌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개업한 경우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서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채 결혼해서 생긴 문제였다"며 "물질이나 사회적 지위가 주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C변호사는 "혼주가 법조인인 경우에도 부모의 직업을 과시하며 자녀를 화려하게 결혼시키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런 경우 이혼하겠다고 와서 하는 말이 '막상 결혼하고 나니 부모 직업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는 것"이라고 했다.

D변호사는 "서울법원종합청사나 대검 예식장에서 자녀를 결혼시키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호화판 결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직도 법조인이면 성대하게 결혼해야 한다는 관행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법조계 원로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E변호사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날 인근 지하철역이 다 마비될 정도로 하객이 많았고 축의금을 줄 서서 내야 할 정도였다"면서 "이름 있는 분이 자녀 결혼을 그렇게 시키니 같은 법조인끼리도 안 좋게 보더라"고 했다.

김수진 변호사는 "이혼 소송을 맡아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사소한 문제로 헤어지겠다고 오는 커플도 많다"면서 "대부분 조건 따져 급하게 결혼하는 바람에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경우"라고 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만 따져 하는 결혼은 법조인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내 주변에도 소박하게 시작한 법조인이 많고, 젊은 법조인들 생각은 더욱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면서 "이혼 소송을 맡다 보면 화려하게 결혼했다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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