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잡스 떠난 1년..애플 마니아들 "쓰레기 앱" 극언까지

입력 2012.11.08. 21:00 수정 2012.11.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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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는 "우직하게, 갈망하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잡스의 공백 1년여 만에 애플은 '헝그리 정신'을 잃은 듯 보인다. 심지어 '이미 배부른 기성기업'의 오만에서 비롯된 위기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은 쓰레기"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떠나고 있고, 애플의 주요 인사들 역시 이직 대열에 늘어서 있다. 삼성전자를 '카피캣'이라 비난하던 애플이 특허침해 배상 평결을 받는가 하면, 법원 명령을 제대로 안 지키려 꼼수를 부리다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애플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지칠 줄 모르고 확산시키는 특허소송전과 '혁신의 아이콘'에서 한 걸음 물러난 아이폰5의 수급난뿐이다.

애플의 주가는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7일 애플 주가는 558달러(종가)를 기록했다. 6월4일 이후 최저가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애플의 주가는 줄곧 상승세를 그려왔다. 9월12일 아이폰5 출시 이후로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9월21일 705.0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내리막길을 걸어 한달 반 만에 20% 이상 급락한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아이폰5의 생산 차질이 영향을 끼쳤다. 그간 확인되지 않던 생산라인의 문제가, 애플의 대표적인 납품업체인 대만 혼하이정밀그룹 궈타이밍 회장의 입에서 확인됐다. 궈 회장은 "아이폰5 생산이 디자인 부분의 어려움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장 수요는 강하지만 우리는 애플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제품 '아이폰5' 혹평 많고마니아들 "쓰레기 앱" 극언운영체제 'iOS6' 불만도 봇물"카피캣 삼성" 비난하더니특허침해 배상 평결도 받아아이폰 재구매 의사 줄고납품업체 생산차질 겹쳐한달 반 만에 주가 20% 급락주요 임원도 사직해 위기

아이폰5의 한국 출시도 이런 문제로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2011년까지도 10%가량을 유지하던 애플의 국내 휴대전화 점유율이 2%대에 머물고 있다. 아이폰5의 출시 연기와 소비자에 대한 배려 결여 등은 물론이고,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 아이오에스6(iOS6)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애플의 한국 누리집(홈페이지)을 보면, 운영체제 판올림(업그레이드) 뒤 와이파이 수신 감도가 떨어지고,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해졌으며, 팟캐스트는 튕기고, 핫스팟은 이상 작동이 발생했다는 항의가 빗발친다.

애플에 대한 불만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영국 보도채널 <스카이뉴스>의 경제부문 편집자로 자칭 '애플 마니아'였던 에드 콘웨이는 최근 애플에 결별을 선언하는 글을 써서 화제가 됐다. "10대 때부터 애플과 함께해왔다"는 그는 아이오에스6에 대해 "아주 형편없다"고 혹평하고, 혁신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새 아이폰의 수많은 앱은 모두 쓰레기다. 애플이 3년 전 아이패드 이후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냐." 그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순수함으로 대표돼 왔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특징이 사라졌다"고 적었다.

애플 마니아들의 이탈 조짐은 시장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아이폰 사용자 충성도' 조사를 보면, 서유럽 지역 아이폰 사용자들 중 재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75%로 줄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들 중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고 밝힌 사람도 지난해 93%에서 올해 88%로 줄었다. 올해 3분기 태블릿피시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패드 점유율도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잠식으로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구글에 대해서까지 '확전'을 시작한 애플이, 도리어 기술특허 침해 평결을 받기까지 했다. 애플은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이 '버넷엑스'사의 기술특허를 침해했으므로 3억682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이 최근 나왔다. 아울러 최근 <에이피>(AP) 통신, <비비시>(BBC) 방송, <뉴욕 타임스> 등은 애플이 국외에서 편법적인 탈세기법을 활용해 실제로 낸 세금은 수익의 1.9%에 불과하고 비판하고 있다.

애플의 스콧 포스톨 수석부사장과 존 브로윗 수석부사장이 한꺼번에 애플을 떠나기로 한 것은 위기의 원인을 짐작하게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잡스와 가까웠던 스콧 포스톨은 잡스 사후 자신의 입맛대로 조직을 운용하려는 팀 쿡 최고경영자 체제의 최대 희생양"이라고 분석했다. 잡스와 함께 애플에서 15년을 근무한 포스톨은 한때 잡스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잡스 이후 애플은 기업 규모가 커지고 팀 쿡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직도 비대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잡스의 애플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텐데, '혁신'에서 '관리'로 특징이 바뀐다면 애플 본연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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