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라인]애플, 이제 삼성에 배우는 입장..그러나 '불투명한 미래'

입력 2012.11.08. 18:06 수정 2012.11.0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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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과 삼성전자를 보면 서로 쏙 빼닮았다. 지난 3분기 애플은 30.4%라는 경이적인 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4.9%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가 방대한 글로벌 생산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이익률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둘 다 승자독식의 신화로 칭송받기에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비결이자 또 닮아가는 모습은 살인적인 수준의 협력사 관리 체계다. 분기가 멀다 하고 단행하는 납품 단가 후려치기, 재고 떠넘기기, 신기술 독점 공급 등은 서로 비슷해진 양사 협력사들의 숙명이다.

애플이 변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관리 시스템을 따라 배운다. 고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은 매우 까다롭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게 협력사들의 평이었다. 갤럭시S 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스마트 시장의 패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애플을 변화시켰다. 1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일본계 한 소재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애플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먼저 납품하는 것이 최대 숙제"라고 했다. 놀랐다. 이유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진정한 승부를 펼쳐보기 위해서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가 고가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후발 주자를 만나 시장을 빼앗겼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엔 아예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일 년에 한두 모델에 최적화된 공급망관리(SCM) 구조로는 텃밭인 콘텐츠 유통 시장도 잠식당한다. 애플이 최근 다모델 전략으로 돌아서며 SCM을 바꾸는 이유다.

속속 드러나고 있듯이 애플은 그동안 폭스콘에 의존했던 위탁생산 체제를 개편해 아이폰5 물량 중 상당량을 대만 페가트론에 할당했다. 폭스콘에는 사람을 줄이고 자동화 라인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개별 부품을 직접 선정해 조달했던 구매 시스템도 삼성전자처럼 중간 모듈 제조 협력사를 만드는 식으로 바꿨다. 모듈 생산 방식으로 다모델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 스타일의 고강도 협력사 관리 시스템을 배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변화를 꾀하는 애플이 과연 삼성전자를 이길 수 있을까. 성급하고 단순한 상상일지 모르나, 아니라고 본다. 수년 전만 해도 삼성이 애플을 배웠다. 애플의 전유물 격인 플랫폼과 콘텐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지금은 애플이 다모델 전략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삼성의 고유 영토인 휴대폰 시장에서 전쟁을 선언했다. 휴대폰과 콘텐츠는 엄연히 게임 룰이 다른 시장이다. 삼성이 절대 우위인 제조 경쟁력과 물량 공세를 애플은 당해낼 수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리한 룰이 적용되는 게임에 발을 담가 버렸다. 삼성을 따라가는 애플의 운이 불투명해 보이는 까닭이다.

서한 소재부품산업부장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