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권민 "유오성 선배 무섭다는 건 오해"
[이정현 기자] 배우 권민. 아직은 이름이 낯선 이 남자는 2004년 영화 `썸'으로 데뷔해 매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9년차 배우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해도 작품을 거른 적이 없다. 그동안 해온 연극까지 합치면 필모는 더 빽빽해진다. 역할이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왔고 이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신의'까지 이어졌다.
판타지 무협사극 드라마 `신의'에서 권민은 공민왕(류덕환)의 직속내관이자 원나라 볼모시절부터 왕을 모셔온 충성스러운 측근 안도치를 연기했다. 왕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어줄 수도 있는, 정사에서는 실제로 왕을 위해 죽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어려움 보다는 빡빡한 일정이 기억에 더 남아요. 일명 `쪽대본'이라는 거였는데 제가 대사 NG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정말 대본이 나오면 달달달 외웠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에는 소홀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걸 내가 소화를 못하면 앞으로 하고 싶은 드라마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구요. 죽어라 했죠"
`신의'가 워낙 빡빡한 일정으로 유명했던 만큼, 이제는 빠른 회전력을 요구하는 드라마에 적응했겠다는 말에 권민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신의'에서는 대사보다는 리액션 부분이 많았다. 대사량이 많은 상태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면 다른 작품도 자신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장담할 수준이 안된다"라며 웃었다.
그래도 `신의'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도 권민은 항상 옆에서 보필(?)해야 했던 공민왕 류덕환과 대선배인 유오성을 꼽았다.
"`신의'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류덕환의 연기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좋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에요. 캐릭터 분석이 명확, 정확하죠. 머리가 좋은 친구인데다 집중력도 좋아요. 류덕환으로 지내다가도 어느순간 공민왕이 되어버리죠.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배울게 많은 친구에요"
류덕환에게 배우의 멋을 봤다면 유오성에게는 사람의 멋을 봤다. 후배들에게 엄하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권민은 금새 손을 내저었다.
"그건 정말 소문인거 같아요. 내가 본 유오성 선배는 정말 여리다고나 할까. 드라마가 종영하면 보통 친한 배우나 스태프끼리 사진을 찍곤 하잖아요. 그런데 유오성 선배는 `신의'의 보조출연자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신 걸 봤어요. 보통 배우들은 신경 못쓰는 부분인데 유오성 선배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관심을 가지실려고 하더라구요"
더불어 권민은 "`신의'가 로케이션 촬영이 대부분이라 배우 대기실이 별로 없었는데 유오성 선배가 의상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저를 불러 공간을 나눠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배우는 배우 대기실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게 유오성의 말. 권민은 "유오성 선배에게는 단 한번의 대사 NG도 없었다"며 완벽한 연기에 대한 유오성의 욕심을 표현했다.
`신의'를 마무리한 권민은 이제 다시 대학로로 돌아간다. 올 연말까지 영화 `작업의 정석'을 무대로 옮긴 연극 `작업의 정석'에 다시 매진할 계획. 권민은 영화에서 송일국이 연기한 능글맞은 바람둥이 서민준을 연기한다. 드라마 `신의'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사실 능글맞은 캐릭터와 저는 거리가 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서민준 역을 놓고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묵직한 것을 위주로 연기해왔는데 표현을 못할 것 같았죠. 그런데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제 스펙트럼이 조금씩 넓어지는 듯 한 느낌이 들어요. 천천히 제 성격을 분석해보니 다중 인격적인 면도 있더라구요(웃음)"
배우로서 욕심을 묻는 질문에 권민은 "배우로서 살아남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기반이 잡히지 않은 젊은 배우의 마음이 전해졌다. 영화 위주였던 그의 필로그래피가 2010년이 지나면서 드라마가 많아진 것 역시 비슷한 이유다.
"영화든 드라마든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드라마를 해야 더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자는 익숙해야 감독님들도 봐주시거든요. 모르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감독님들도 모험이시잖아요"
더불어 권민은 더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화면 속에 잘생겨 보이고 싶지도 않고 연기도 과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붕 떠있기 보다는 차분하게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 했다.
"사실 저는 부산 출신이에요. 그래서 처음 상경해서 배우의 길을 걸었을 땐 경상도 사투리가 콤플렉스였죠. 주위에서도 무시당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최근 찍은 `히어로'라는 작품에서는 사투리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한테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이걸 겪으면서 겉으로 꾸미기 보다는 솔직한 내 모습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오픈되어 있는 연기자이길 바래요. 저 자신을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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