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재테크 뿐.. 피나게 모아서 폼나게 쓴다

김태근 기자 2012. 11. 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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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397세대] [하] 재테크가 최고의 가치 외환위기·부동산 버블 겪어 어떤 세대보다 재테크에 열중 30대 가계 저축액 월 75만원.. 40대보다 9만원 많아 팍팍한 삶 보상받기 위해 명품·車 등엔 지갑 열기도

맞벌이 주부 이선정(가명·35)씨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에는 '매출 취소'란 문구가 유난히 많다.

일단 샀다가 나중에 환불한 것들이다. 이씨는 "자녀와 함께 마트에 가면 사달라고 조르는 장난감이 많은데, 일단 사줬다가 며칠 후 싫증이 날 때 그대로 포장해 환불한다"며 "한두 번 쓰는 물건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잠깐 쓴 뒤 환불한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 쇼핑 등 목적별로 신용카드를 5장 갖고 있다. 신용카드는 월 사용액이 30만원을 넘어야 각종 할인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씨는 5장의 카드를 모두 30만원을 갓 넘길 만큼만 사용한다. 이씨는 "마트나 신용카드사에선 내가 블랙리스트(요주의 고객)에 올라 있을지 모르지만 돈 모으려면 이 정도 뻔뻔함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아낀 돈으로 저축을 한다. 남편과 함께 월 600만원쯤 버는데, 절반인 300만원을 적립식 펀드와 정기적금 등에 나눠 넣고 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짠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돈은 과감히 쓴다. 그는 "겨울에 휴가를 내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쓸 땐 쓰되 낭비를 줄이고 돈을 모아 나중에 더 여유롭게 살자는 게 내 철칙"이라고 했다.

◇397 세대 최고의 가치는 재테크

20대에 IMF 외환위기를 겪고 30대엔 부동산 버블의 희생양이 된 '앵그리 397 세대'는 과거 어떤 세대보다 더 재테크에 열중한다.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클럽 센터장은 "재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이 397 세대의 사회 진출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의 '2011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30대는 재테크 관련 항목에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나는 재테크를 한다'는 항목에서 33%, '대출을 잘 활용하는 것도 재테크다'란 항목에서도 33%로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박소연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디렉터는 "30대는 여러 분야 가운데 유독 재테크 부문에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돈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저축도 40대보다 많이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가계의 월평균 저축액은 75만원으로, 40대(66만원)보다 9만원 많았다.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액 비율도 30대가 23.3%로, 40대(19.2%)를 앞선다.

◇불요불급한 소비 줄이는 합리적 선택

재테크를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많이 아껴야 한다. 397의 소비행태는 무척 꼼꼼하고 실용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400명을 조사한 결과, '쇼핑 전 사고자 하는 품목과 가격을 미리 결정한다', '집 크기보다 구조와 편리성을 중시한다'는 항목에서 30대는 각각 51%와 59%가 그렇다고 답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30대가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쓸 때는 쓴다. 아웃렛 매장에서 저렴한 옷을 사서 아낀 돈으로 전자기기를 최신형으로 계속 교체하는 식이다. 신경자 베인앤컴퍼니코리아 이사는 "최저가와 고가 제품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U자형'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주역이 397 세대"라고 평가했다. 팍팍한 삶을 보상받기 위해 명품이나 외제차처럼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분야엔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길들여진 이전 세대와 달리 397 세대는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특화된 소비계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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