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이에 내몰린..'4060' 아줌마는 서럽다.. 시간제도 감지덕지, 58%가 저임금 허덕

입력 2012. 11. 6. 18:57 수정 2012. 11. 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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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은행에서 '잘나가던' 사원이었던 안모(42)씨는 결혼과 출산이 겹치며 다니던 직장을 2002년에 그만뒀다. 10년 동안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던 안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 취직했다. 계산원으로 하루 6시간씩 1주일에 5일, 총 30시간을 일해 버는 돈은 한 달에 50여만원. 안씨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아이 교육비를 지원하기 빠듯해 학습지 비용이라도 마련하려고 슈퍼마켓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로 40여년을 보낸 신모(63)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돈을 벌기 위해 올 초 사회에 뛰어들었다. 공무원인 남편이 지난해 은퇴하며 갑작스럽게 경제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자녀 학자금을 해결하느라 퇴직금을 미리 당겨쓰다 보니 남편 은퇴 이후 모아둔 돈이 없다"며 "자식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 내가 돈을 벌러 나왔다"고 말했다. 신씨는 집 앞 빵집에서 매장을 정리하고 간단한 음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하는 간단한 계산일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신씨는 "평생 주부로 살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 해야 청소, 계산일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시간제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40대 주부들은 아이 학습지나 학원비를 벌기 위해, 50·60대는 아이 뒷바라지하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노후 자산이 사라져 생계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기혼 여성의 시간제 근로' 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기혼 여성 시간제 근로자는 94만3000명에 달했다. '시간제 근로'는 하루 중 근무시간이 쪼개져 있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이들 시간제 근로 기혼 여성 가운데 40대 이상은 올해 80.2%를 차지했다.

취업 사유로는 40대 기혼 여성의 경우 26%가 '육아·가사 병행을 위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당장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22.6%)'이란 이유가 뒤를 이었다. 60세 이상 여성의 경우 57.6%가 '당장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40대의 경우 자녀 교육비 때문에 다시 일을 하고, 50·60대 여성은 남편 은퇴 후 생계 때문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들 중 58.1%는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81.4%가 저임금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자리는 하늘에 별따기다. 정규직인 마트 계산대 점원의 경우 부정기적으로 뽑는데 경쟁률이 수도권은 보통 10대 1이 넘고 지방은 경쟁률이 더 높다. 야쿠르트 등 음료를 가정에 배달하는 일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동네 중소 슈퍼마켓 체인 점원이나 카페, 빵집, 미용실 보조원 자리도 인기 있는 일자리로 꼽힌다.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음식점에서 일하는 주부 정연희(41)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을 활용하는 일자리는 특히 인기가 많아 쉽게 구하기 어렵다"며 "아파트 단지에 이런 일자리 공고가 붙으면 처음 본 사람이 아예 떼버리고 지원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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