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이경영·명계남, 제 자리에 돌려놓고 싶었다"
"이경영, 명계남 이 좋은 배우들을 너무 오래 묵혀 놨어요. 좋은 연기자를 적재적소에 써먹는 게 감독의 책임 아닐까요."
영화 '남영동, 1985'의 연출자인 정지영 감독이 6일 한국아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배우 이경영과 명계남을 주연급으로 출연시킨 배경에 대해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이경영을 영화에서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이두한 역에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오래 전부터 내가 이경영을 원상 복귀 시켜놓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회복시켜 주고 싶었다. 얼마나 아까운 연기자인가"라며 "10년도 전에 미성년자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영화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이경영은 이미지가 안 좋아서 캐스팅하면 관객들이 싫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며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인식을 내가 깨주고 싶었다. 이경영은 냉정하게 보면 억울한 입장에서 그렇게 됐다. 그 이후 오랫동안 작은 역할들을 했다. 참 좋은 연기자가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이번에 이근안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정말 잘 캐스팅했구나 싶었다. 이런 연기자들을 회복 시켜줘서 자기 일을 찾아가게 하는 게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한국 영화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경영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 해당하는 이두한 역을 신들린 듯 최고의 악인으로 묘사한데 대해 "이경영과는 여러 작품을 했기에 그의 뛰어난 장점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어 영화 '손님은 왕이다'이후 7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명계남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명계남은 그가 정치적 행위를 한 이후 사람들이 멀리하기 시작했다. 제작자나 감독들이 캐스팅을 꺼렸다. 그가 정치가가 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공유하는 생각이 있더라.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명계남은 정치적 냄새 때문에 관객들이 안 좋아할 것'이라고 보더라. 이런 생각들도 깨주고 싶었다. 명계남은 적극적으로 정치 행위는 했지만 정치가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화의 에필로그 신에 등장하는 실제 고문 피해자 인터뷰 장면에서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해찬 현 대표의 인터뷰를 촬영했다가 실제 상영본에서는 편집한 사연도 밝혔다.
정 감독은 "25명의 실제 고문 피해자들을 내가 직접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 분들 외에도 많은 분을 만났다. 그 중 한명숙, 이해찬 두 분은 양해를 구하고 편집했다"며 "주위 자문단에서 마지막 고문 피해자들 증언 부분이 정치적으로 어떤 편향적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고 조언을 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을 다 들어낼 고민도 했지만 두 사람을 빼라는 조언들이 있었다. 두 분을 빼고 나니 많이 희석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 감독은 '남영동, 1985'에 대해 한편에서 대선용 좌파 선전 영화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그런 반응은 우습다"며 미소지은 뒤 "얼마전 인터넷에서 '한국 영화계에는 좌파만 있나'라는 글을 봤다. 내 영화와 '26년', 'MB의 추억'을 거론하며 이런 얘기를 했더라. 모든 영화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해 저런 시각으로 재단을 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화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토대로 했다. 故 김근태 상임고문이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당한 고문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영화의 실제 상영 시간의 90% 이상이 고문 장면으로 그려져 관객 스스로가 고문을 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생생하게 고문 과정이 담겼다.
배우 박원상이 고 김근태에 해당하는 김종태 역을 연기했고, 이경영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해당하는 이두한 역을, 명계남은 남영동대공분실 VIP룸 책임자 박전무를 연기했다. 이들 외에도 문성근, 김의성, 서동수, 이천희, 김중기, 우희진 등이 출연했다.
22일 개봉.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사진=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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