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면 추위에 떨어라?" 서러운 불평등 야간자율학습

강민정 2012. 11. 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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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면 추위에 오돌오돌? 부산시 교육청 실태 파악조차 못해

[부산CBS 강민정 기자]

◈ 일반교실은 방치, '우수반' 에는 문제풀이 선생님까지 배치

성적 우수학생에게 전용 야간자율학습실의 입실을 허용하는 것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나왔지만, 부산지역 일반계 고교 대부분이 성적우수자 중심으로 '정독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부산시 교육청은 실태파악조차 나서지 않아 비교육적인 현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남구의 한 여고, 저녁 7시가 되자 한 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던 반장, 부반장, 1~2등을 앞 다투는 친구들이 성적 우수학생들만 입실 가능한 '정독실'로 이동한다.

정독실은 사설 독서실처럼 책상마다 칸막이와 개인 책장이 설치돼있고, 일반교실과 달리 가습기와 전용 정수기까지 구비돼 있다.

교실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이 같은 차별 대우에 이중으로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 2학년 A(17)양은 "10만원이 넘는 사설 독서실에 갈 형편은 안 되고, 1학년 때부터 정독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적이 모자라서 시끄러운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야간자율학습 하기 싫은 친구들과 같이 있다 보니 집중력은 떨어지고 정독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성적은 더 벌어진다"고 서러움을 나타냈다.

다른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심지어 부산진구에 위치한 한 남고의 일반교실은 교무실에서 관리하는 중앙집중식 난방기를 가동하고 있어 학생들이 추위에 떨고 있지만, 정독실에는 학생들이 마음껏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개별 난방기가 설치돼 있었다.

1학년 B(16) 군은 "공부 못하면 추위에 오돌오돌 떨라는 것"이냐며 "정독실 친구들에게는 따로 간식까지 챙겨준다"고 분통을 터드렸다.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성적에 따른 전용 야간자율학습실 운영을 차별이라고 결정했지만, 부산지역 대부분의 사립 인문계 고교는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정독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일반교실은 교사 없이 학생들이 공부하도록 방치하면서 '우수반'에는 개별적으로 물제풀이까지 해주는 교사를 배치하는 등 비교육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C(33) 교사는 "부산에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정독실을 운영하고 있어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성적 우수학생들만 모아놓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공부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정독실에 갈 성적이 되지 않아 어수선한 일반교실에 남아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다"고 말했다.

◈ 성적에 따른 정독실 운영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

전문가들은 성적우수자로만 한정하여 운영하는 교육시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경쟁적 논리에 의한 차별로 성적 양극화가 더욱 고착화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곽한영(법교육 전공) 교수는 "성적에 따른 정독실 운영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교육여건의 격차를 최소화하라는 교육기본법 4조에 어긋난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며 "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도 차별적 교육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이를 준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안지현 정책실장은 "타시도 교육청은 야간자율학습 차별 운영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어기는 학교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부산시교육청은 조례는커녕 부산지역의 몇몇 고교가 정독실을 운영하는지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시·광주시 교육청은 차별적 자율학습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조례가 없는 타시도 교육청은 정독실 운영에 관한 유의사항 지침을 매학기 내려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 교육청은 단 한차례도 정독실 운영 관련 가이드라인을 학교에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리·감독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km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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