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 해서 먹고 산지 2년째..김구택은 행복하다

2012. 11. 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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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 김구택

SBS수목드라마 < 대풍수 > 에서 이성계의 오른팔 이지란 역의 배우 김구택(42)이 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이성계, 우야숙과 달리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이지란을 연기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 이정민

SBS 드라마 < 대풍수 > 에서 배우 김구택(42)이 맡은 역할의 이름을 알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극중에서 도통 이름이 불리는 걸 듣지 못해서다. 늘 이성계(지진희 분)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 사람은 역사 속 실존인물인 이지란. 여진족으로서 고려로 귀화해 조선 건국의 공을 세운, 그러니까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수많은 킹메이커 중 한 사람이다.

김구택이 < 대풍수 > 에서 맡은 역할도 그렇다. 비록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에 등장하지 않아도, 하나의 주춧돌로 극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 최종병기 활 > (이하 < 활 > )부터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와 드라마 < 대풍수 > 까지, 최근 필모그래피가 사극으로 이어진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은 익숙해진 승마와 검술은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성계 '킹메이커', 이지란도 있소이다

1997년 < 꿈의 궁전 > 이후로 그의 드라마 출연은 15년 만이다. 뮤지컬 < 명성황후 > 제작사로 알려진 에이콤 1기 출신으로 1996년 영화 < 미지왕 > 으로 데뷔한 김구택은 출연 작품만 30편에 가까울 정도로 줄곧 영화판에 있었다. < 대풍수 > 에 합류하게 된 것은 연극, 영화계에서 새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무대나 시사회를 찾아다닌 이용석 감독의 의지 덕분이다.

"1995년 < 신비의 거울 속으로 > 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이용석 감독님이 당시 조감독이었죠. 뮤지컬 배우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뮤지컬 단원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방송에 데뷔시킨 분이 10여 년이 지나 다시 불러준 거죠. < 활 > 시사회 때 저를 보고 반가우셨나 봐요."

▲ 사극이 재밌는 이유

"갑옥 입고 투구 쓰고 하니까 사극이 힘들긴 하죠. 근데 상상을 디테일한 결과물로 만드는 게 재밌어요. 분장을 하면 정말 역사 속 그 인물이 된 것 같거든요."

ⓒ 이정민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김구택은 8월부터 액션스쿨에서 하루 4시간 씩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때, 이소룡-성룡 키드 세대로 4년 간 쿵푸를 배운 게 꽤 도움이 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말 타고 칼 쓰는 사극을 거쳐 온 그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액션신이 많은 < 대풍수 > 로 왼쪽 손가락이 골절됐고, 찢어진 오른쪽 손가락은 아직 여덟 바늘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 활 > 때는 낙마사고로 10분간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던지라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그는 펼쳐 보였던 손을 무색하게 털었다.

"이성계를 보필한 이지란은 전쟁을 너무 많이 치러서, 죽기 전에 불가에 귀의해 승려가 됐대요. 실존인물이라 아무래도 연기하면서 책임감이 크죠. 그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니까. 나중에는 극의 재미를 위해서 이지란의 로맨스를 살짝 넣을 거라고 감독님이 귀띔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를 위해 지금은 묵묵히 절제하는 무사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요. 로맨스 상대가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웃음)"

ⓒ 이정민

▲ "이지란은…"

"실존인물인 이지란은 이성계보다 4살 정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활 시합에서 이성계에 진 이후에 '형님'으로 모시게 된 거죠. 조선 건국 후, 이방원이 왕이 될 때도 이지란이 삼촌 같은 역할을 하며 도왔다고 하더라고요."

ⓒ 이정민

김한민 감독이 '믿고 쓰는' 배우, 차기작 벌써 '찜'

김구택은 경력 16년차 배우지만, 집에서는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형제를 둔 아버지다.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단역으로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기는 쉽지 않았기에, 그는 아르바이트는 물론 부업으로 포장마차와 카페를 운영했고 연기 지망생들의 지도도 맡았다.

"1998년인가, 단국대 연극영화과 선배 3명과 '4인조'라는 포장마차를 했었어요. 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는 집 앞에서 조그맣게 카페를 열었는데 날렸고요. 인생 수업료 비싸게 냈죠 뭐. 연기만으로 생활한지 딱 2년 됐어요.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기다려주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오롯이 배우로만 살 수 있었던 시점은 '후까시' '뱀장어' '은행원1' ' 이쑤시개' 등의 역할에서 번듯한 이름을 얻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거기에 < 활 > 의 강두가 있다. 남이(박해일 분)의 여동생인 자인(문채원 분)을 구하기 위해 칼에 맞아 죽는, 짧지만 기억에 남는 역할이다. 게다가 < 활 > 은 흥행에도 성공해서 그의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은인이라 할 수 있는 김한민 감독에게도 김구택은 믿고 쓰는 배우가 된 모양이다. 그는 < 핸드폰 > < 활 > 에 이어, 내년 1월 크랭크인을 앞둔 < 명량-회오리 바다 > 로 또 한 번 김한민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함께 갈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요가 마스터인 김 감독과 절체조를 하며 소통도 하고 마음수련도 한다고. < 활 > 로 인연을 맺은 스태프와 몇몇 배우들이 함께 만든 야구단 'SG스타스'도 1주년을 맞았다.

김구택은 현재 한양여자대학교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2년 전까지도 신인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을 지도하는 연습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 이정민

"영화 < 천군 > < 투가이즈 > 에서는 비중이 어느 정도 커졌지만, 흥행이 안 되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못했죠. 마음을 다잡을 뭔가가 필요했는데, 김한민 감독님과 한 절체조가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또, 현장에서는 시간에 쫓기니까 감독이 배우들과 소통할 여유가 없거든요. 현장 외 시간을 통해서 알게 된 배우의 스타일을 캐릭터에 잘 접목시켰던 게 < 활 > 이었죠.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작업을 하는 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내가 누구입네'하고 알리는 것보다, 좋은 작품의 캐릭터로 갖는 보람이 커요. 조금 느리더라도, 한 번 칼을 뽑았으니 끝까지 가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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