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감독, "<바비> 김새론, 김아론..날 살렸다"

2012. 11.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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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 이선필

영화란 결국 감독의 작품이며, 그의 생각과 정서가 깃들어 있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상우 감독은 단연 변태다. 물론 그를 변태로 모는 건 우리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태가 아니라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자. 창녀 마리아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상우 감독은 우리 모두에 내재된 '변태성'을 대놓고 확성기에 외치는 셈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 트로피컬 마닐라 > 로 데뷔, < 엄마는 창녀다 > < 아빠는 개다 > 등을 발표하며 한국 영화계 이단아로 자리를 잡은 이상우 감독이 < 바비 > 를 들고 돌아왔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올해 초엔 이탈리아 지포니 영화제 초청 받는 등 이미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 국내 개봉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 < 바비 > 의 한 장면.

ⓒ 이상우

"상영관 20개? 이것도 영광이다"

< 바비 > 는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포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가족 영화라는 말에 포항시 관계자들이 밥을 사며 잘 부탁한다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지만 이상우 감독이 찍어 놓은 건 장기밀매와 해외 입양의 그림자에 해체돼가는 가족의 모습. 이 때문에 영화 시사 후 포항시 관계자들이 말도 없이 나가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단다. 물론 이후 해외 영화제 인정받으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고. 맞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단다.

어쨌든 관계자들의 지원을 받았고 큰 규모는 아니지만 20여 개 상영관에 걸리면서 더욱 많은 일반인 관객들이 < 바비 > 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것도 영광이죠. 제 영화가 국내 극장에 걸린 적이 별로 없어요. 서울에서도 고작 한 군데 걸렸었나? 배급이고 홍보고 계속 혼자 했었는데 < 바비 > 로 홍보사도 붙는 게 신기해요 지금. 서울 주요 극장에 걸어주는 게 어디에요? 일단 대한극장에도 걸린다는 게 상징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가장 큰 극장이잖아요.

1,800석 규모의 상영관에서 반관을 내준 거가 고맙죠. < 엄마는 창녀다 > 땐 부모님하고 동네 사람들이 대체 영화 어디서 하냐고 물었는데 그땐 다음 영화는 하루에 한번 상영하는 게 아닌 5번 상영하는 영화를 하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번 영화로 관객들의 반응들이 궁금해요. 조금 있으면 스페인에도 갑니다. 그곳 지방의 영화제에 초청받았거든요. 보통 제 영화를 보면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 바비 > 는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 없더라고요(웃음). 해외에서 보다 반응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이번 영화 시사 때도 몇 명 우셨다고 들었어요. 물론 욕하는 분도 있어요. 한국에도 계시죠. 그것도 영화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이선필

영화 < 바비 > 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엄마는 창녀다 > < 아빠는 개다 >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 이선필

의외의 캐스팅, 상업배우와의 조우 < 바비 >

그간 강한 영화를 찍은 탓에 < 바비 > 에서의 캐스팅은 의외였다. 비용 적인 면도 있고 워낙 내용이 강한 탓에 이상우 감독 본인이 주로 연출과 연기를 해왔기 때문. 이천희는 물론이고 김새론 김아론 두 자매가 함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김아론은 < 바비 > 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물론 처음엔 주인공 이름이 상우였어요. 근데 이번 영화까지 제가 출연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생각했어요. 공고도 올리고 했는데 지인을 통해 시나리오가 이천희씨에게 갔고 하루 만에 연락이 왔어요. 또 아역 배우를 찾기 위해 막 다니고 있었는데 새론이 어머니를 만나게 됐어요. 제가 < 엄마는 창녀다 > 이런 거 만든 감독인지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웃음). 당연히 안할 줄 알았는데 허락하셔서 놀랐죠.

아론이도 그때 알았어요. 영화에서 제가 생각한 터울이랑 똑같더라고요. 같이 하면 안 되겠냐고 해서 허락을 받았죠. 조용석씨는 죄송한 얘기지만 정신지체 역이 또 너무 말끔하게 생기면 안 되잖아요. 연극을 하시는 분인데 공연 때 찾아가서 요청을 드렸더니 흔쾌히 하시겠다고 했어요."

캐스팅에서는 의외로 순조로웠던 셈이다. 연기 호흡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고. 이상우 감독은 두 자매를 학대하고 때리기까지 하는 못된 삼촌 역을 맡은 이천희가 배역에 대해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순발력 있게 잘 해냈다는 촌평을 했다. 조용석 배우 역시 정신 지체 아빠 역을 위해 포항 구룡포 촬영지에 머무는 내내 온 몸에 힘을 빼고 그 상태로 몰입해 있었다고.

"다들 감사하죠. 또한 새론이 아론이 때문에 이번에 살았다고 생각해요. 해외 영화제에 나갈 때마다 두 자매의 연기가 좋다는 평을 많이 받아요. 특히 아론이의 눈빛 연기 말도 많더라고요. 새론이야 경험이 있으니 한두 번에 갔는데 아론이는 10번, 11번씩은 찍어야 했어요.

새론이가 또 언니라고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더라고요. 아론이가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또 주변에서 일부러 두 자매의 질투심을 부추기기도 했어요. 언니는 잘하는데 넌 뭐하니 이러면서요. 일부러 그랬죠. 그러니까 또 더 악에 받쳐 연기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새론이 아론이가 '짱난다'는 말도 쓰고 그랬는데 집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가져온 거래요. 아론이 말투는 다 자기 말투였고요."

ⓒ 이선필

각 배우들에 대한 공을 말하면서 이상우 감독은 두 자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표현했다. 그렇다. 매우 고마워해야 할 건 분명해 보인다. < 바비 > 에서 변태 손님으로 이상우 감독이 깜짝 출연했을 당시 김새론을 끌어 않는 장면을 애드리브로 하는 바람에 울고불고 난리였다고 했다. 이래저래 이단아는 이단아다.

< 바비 > 이후 이상우 감독은 그의 가족3부작의 종결판 격인 < 나는 쓰레기다 > 를 한창 붙들고 있다. < 바비 > 로 겨우 대중성을 확보하나 싶었는데 또 다시 충격적인 내용이라 본인도 걱정이라고.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 지옥화 > 도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며, 거대 투자를 받아 조선시대 성형외과 의사를 담은 사극도 준비 중이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외에도의 두 어 편의 영화를 편집 중에 있다. 제목을 물어보니 역시나 상상 그 이상이다. 이단아 이상우 감독은 여전히 왕성한 '영화적 욕망'에 충만해 있었다.

====영화계의 이단아 < 바비 > 의 이상우 감독 인터뷰 관련기사====

[인터뷰①]이상우 감독, " < 바비 > 김새론, 김아론…날 살렸다"

[인터뷰②]이상우 감독 탐구생활 Ver.1.0 "영화 진짜 하고파? 사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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