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가 뭐길래..

황보람|홍재의 기자 2012. 11.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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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이슈]진중권-간결 인터넷 TV 토론으로 관심..'우파의 놀이터'비판도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위클리 이슈]진중권-간결 인터넷 TV 토론으로 관심....'우파의 놀이터'비판도]

지난달 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양천구 영상고등학교에서 이색 인터넷TV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자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스튜디오에 직접 나왔고 상대 논객은 미국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연결했다.

이날 진중권 교수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의 회원으로 알려진 '간결(트위터상 이름)'씨는 북방한계선(NLL),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은 간결씨가 진 교수의 트윗에 일일이 반박하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 간결씨는 지난달 21일 '진중권의 거짓말 시리즈 - NLL편'이라며 자신의 블로그에 진 교수가 출연했던 SBS 시사토론 영상과 함께 진 교수가 과거 토론 때와 입장이 바뀌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을 트위터에서 진 교수에게 보냈고 진 교수가 이를 리트윗하며 논쟁이 촉발됐다.

▲ 진중권 교수와 한 네티즌이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 이날 토론은 인터넷 곰TV에서 생중계됐다.

진 교수는 이어 보수 논객들에게 100분에 100만 원을 주면 인터넷TV 토론을 하겠다고 제의했다. 22일에는 '행자'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베 회원이 실제로 진 교수에게 100만 원을 입금한 뒤 일베 게시판에 입금 인증 사진을 올렸다.

간결씨는 장소와 인터넷TV 생중계 일정 등을 섭외한 후 진 교수에게 통보했고 진 교수가 제안했듯 이날 토론은 인터넷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번 토론 후 간결씨가 일베에서 활동하는 보수 성향의 논객이며, 토론 성사 과정에서 일베 회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일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우파의 놀이터'?

일베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된 공간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내용이 부적절해 삭제될 수 있는 자료를 보조 게시판 격인 일베에 링크해 놓은 것이 그 시작이다. 위키백과에는 2010년 4월13일 만들어진 '유머 중심의 인터넷 포럼'으로 소개되며 '정치게시판' 등을 통해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사이트 순위 및 정보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의 유머 부문 사이트 순위에서는 2일 현재 점유율 41.0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베에서는 욕설을 비롯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오고간다. 그래서 일베를 '저질문화 공간'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베 유저들을 '일베충'이라 부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잉여짓'(비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저질담론이나 일삼는 '벌레'라는 의미다. 이런 평가에 분노한 일베 유저들은 지난 23일 대규모 '학력인증'을 벌이며 자신들이 고학력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올린 학력인증사진은 국내 상위권 대학 및 엘리트 직군 소속임을 보여주는 증빙자료가 주를 이뤘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일베에서 활동하는 주요 유저 가운데는 엘리트 교육을 받거나 유학생으로, 상류층에 편입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며 "자신들이 남보다 뛰어난 데이터 수집능력으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유럽 극우파의 특징인 '인종주의', '반여성주의', '반이주노동자주의'의 기조를 보인다. 그는 "일베 유저들은 "진보가 쓸데없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대중을 선동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논리를 전개 한다"며 일베를 '우파의 놀이터"로 규정했다.

◆ 탈권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우파 '논리'를 퍼트리는 공간

일베인의 일관된 기조는 '의심'이다. 일베에서 '선동글'이 되지 않으려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인증'이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 증거 자료가 없으면 일베에서는 '주작'(지어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에게 '인증'은 합리적인 의심이며 당위성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이들은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운동' 당시 광우병 위험성에 관한 만화를 그린 웹툰 작가들을 열거하며 '선동질'이었다고 비난한다.

일베에서 제기된 이슈는 이를 논거로 삼고 싶어 하는 부류의 재인용을 통해 자가 발전하는 양상을 띤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의 '막말 파문'이 그 예다.

ⓒ일베 화면 캡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민간업체가 '민족반역자'인 백선엽 장군과 관련된 뮤지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판했다.

이날 백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부른 것과 관련해 일베에서는 '정치 이슈화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들은 김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새해소원은 명박급사'라는 내용을 리트윗 한 것, 바른어버이연합에 '나이를 곱게 먹어라'고 말한 것, 수갑·채찍 등을 거론하며 성적인 발언을 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후 이런 내용을 소위 보수진영 파워트위터리안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윤주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이 재인용하며 이슈는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은 당초 '백 장군은 민족반역자' 관련 논란에서 과거 트위터 '막말'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는 정치권에서 대선 관련 정치공세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막말을 일삼는 김 의원을 청년비례대표로 세운 민주당을 문제 삼으며 29일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26일 김 의원은 문재인 후보 캠프 내 모든 직에서 물러났고 30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활동을 접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베는 기존에 우파는 '정서', 좌파는 '논리'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파도 논리를 점령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며 "일반적인 보수와 달리 탈권위, 파격, 하위문화를 추구하는 정치냉소주의의 새로운 형태"라고 전했다.

그는 "광우병 파동 당시 인터넷에 유통되는 정보를 믿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게 우파인데 최근 자가당착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논거로 사용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좌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베가 대중이 의탁할 수 있는 우파의 모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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