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출구없는 농촌 空洞化] "점심 먹을 곳 없고 자녀교육 막막.. 살 자신 없었다"
[서울신문]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청양에 애정은 있지만 도저히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청양군 공무원으로 있다가 몇 년 전 대전으로 전근한 김정기(37·가명)씨는 "총각 때여서 아파트에 살고 싶었는데 읍내에 10동 정도만 있고, 임대아파트가 많아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방이 허름했는데도 값을 높게 불렀다. 방을 찾는 사람이 적고, 꼭 거주할 사람을 상대해서 높이는 것 같다."고 보았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전에서 6년간 출퇴근했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왕복 3시간이 걸렸지만 직장 동료 3명과 카풀을 했다. 김씨는 "읍내는 그나마 낫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할 때는 가게는커녕 음식점도 없어 부여나 공주로 밥을 먹으러 갔었다."면서 "결혼하면서 아내도 원해 청양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청양군에서 근무하다 대전으로 간 이영찬(41·가명)씨도 "아이를 낳은 뒤 읍내에 변변한 인문계 고교가 없어 교육 문제가 걱정됐다."면서 "1년간 대전에서 출퇴근했는데 카풀했던 사람 중 3명이 청양군을 떠나 도시 자치단체로 옮겼다."고 전했다.
도서 벽지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 이모(47·여)씨는 딸(19)이 고교 진학을 앞둔 3년 전 서울로 이사했다. 남편(50)은 지금도 고향 마을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고, 자신은 전셋방을 얻어 딸을 키우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진로 문제 때문에 가족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생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씨는 "도시 생활이 훨씬 나아 학원, 의료사정 등이 열악한 고향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대도시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는 고향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조만간 전답 등 재산을 정리해 가족 모두가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다.
전남 강진에 살던 김현철(51)씨는 지난해 식구들을 데리고 광주로 이사했다. 큰아들의 고교 진학 때문이다. 강진에도 고등학교가 다섯 개나 있지만 도시 학교보다 못 미더워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자 '고향 탈출'을 감행했다. 광주에서 식당을 하는 김씨 부부는 "불경기에 장사가 안돼 고향 생각이 자꾸 나지만 아들이 유명 학원에 다니고 고향에 있을 때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낙향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근무하는 진현정(42)씨는 2009년 7월 음성군 음성읍에서 청주로 이사했다. 고향을 등진 가장 큰 이유 역시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다. 학원도 많지 않은 데다 음성 지역 고등학교의 유명 대학 진학률이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극장 등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진씨는 음성군에 대형 매장과 극장이 없어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자주 청주로 와야 했다.
진씨는 "초등학교는 시골에서 다녀도 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다녀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음성을 떠났다."면서 "이사 오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강진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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