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별 총총히 뜬 가을 바닷가 은하수로 흐르는 뉴에이지
[동아일보]
이사오 사사키. 스톰프뮤직 제공 |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1959) 이후로 재즈의 바다에 스펀지처럼 젖어들었다. 록의 요소가 담긴 퓨전재즈는 오히려 별로였다. '…블루'의 깊은 충격 때문인지 난 록이 전혀 줄 수 없는 맛을 좇았다.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같은 스윙 재즈의 매력이 날 완전히 포박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일하던 B레코드점에는 뉴에이지 음악 마니아들도 들락거렸다. 누군가는 그걸 '설탕만 잔뜩 묻힌 뻔한 멜로디를 피아노로 연주해 음악 들을 줄 모르는 사람들 호주머니를 터는 음악'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지겹게 들었던 조지 윈스턴의 '디셈버' '오텀' 같은 앨범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B레코드점의 뉴에이지 코너는 '알바생의 정위치'인 카운터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데 있었다. 이사오 사사키, 히로키 이시구로 같은 일본 이름과 예쁘장한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유키 구라모토의 친구들인가?'
손 가는 대로 집어 플레이한 이사오의 '스타스 앤드 웨이브'(2001) 앨범은 나를 즉시 별이 총총히 뜬 바닷가로 데려갔다. '스타 더스트' '스텔라 바이 스타라이트'처럼 별을 소재로 한 재즈 스탠더드 곡과 이사오의 자작곡이 피아노 독주나 바이올린 협연으로 연주됐다. 파도소리와 바닷새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렸다. 누군가라면 기겁할 일이지만.
가장 반가운 곡은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였다. 만화 '피노키오'(1940)의 주제곡이자 디즈니사를 상징하는 사운드트랙. 그 선율은 15년간 잠들어 있던 동그란 귀를 한 쥐와 동화의 세계를 깨워냈다.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연 콘서트에서 이사오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줬지만 이 곡을 연주하진 않았다. 그를 대신해 이 곡을 머릿속에 계속 재생한 건 나였다.
'당신의 마음이 꿈꾸고 있다면/어떤 요청도 지나치지 않아요/꿈꾸는 마음으로 별에게 소원을 빈다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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