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조금이라도 잘생기면 이거 못하죠"(인터뷰)

김현록 기자 2012. 10.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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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주연 김인권 인터뷰.."서울대는 지원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배우 김인권 ⓒ이기범 기자 leekb@

"대한민국 코미디 배우의 명맥을 잇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인권은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해운대'에서도, 폭주족 출신 경찰로 나온 '퀵'에서도, 첫 주연작 '방가?방가!'에서도 서슴없이 웃겼다. 심지어 심각한 호위무사로 등장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한순간 폭소를 선사한다.

요즘 코미디 배우라 불릴 만한 이가 누가 더 있을까. 천진한 모습으로 예능, 영화를 종횡무진 하는 차태현? 그가 뽀얀 얼굴의 유쾌한 장난꾸러기라면, 김인권은 검게 그을린 피부로 땀 흘리는 보통 사람, 약자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더 끈끈하고 때로 절박하기까지 하다.

취업을 위해 이주노동자로 위장한 남자의 소동극 '방가? 방가!'에 이어 육상효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2번째 주연작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또한 그렇다. 80년대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김인권은 미모의 여대생에게 한 눈에 빠져 고군분투 하는 평범한 중국집 배달부가 됐다. 제목 그대로, 사랑을 얻기 위해 구국의 강철대오에 합류한 철가방이다.

심형래 이주일 주성치 짐 캐리를 롤모델로 꼽는 이 배우는 "약자의 삶 속에서도 희망과 미덕을 보여주는 게 제 사명인 것 같다"는 진지한 이야기 끝에도 "조금이라도 잘 생기면 이거 못한다. 다른 배우들,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이런 역할 못 하니 넘보시지 마시라"는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광해'가 '해운대'에 이어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뒀다. 설경구에 이어 2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한 2번째 배우가 된다.

▶이번엔 진짜 얻어 걸렸다. 그냥 감사드린다. 설경구 선배님 쫓아 다녔더니 이런 타이틀을 얻는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 '구국의 강철대오'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역시 너는 조·단역 배우야 할까봐.

-'방가?방가!'도 잘 됐는데, 이번엔 부담이 더한 모양이다.

▶그때야 '저예산 영화로 이렇게까지 찍었네'하는 분위기에서 잘 된 거니까,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이건 '연애 민주화 투쟁' 이러면서 본격 코미디를 표방하는데 썰렁하면 어쩌나.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다. '신인 주연 배우 김인권입니다' 하고 다닌다. 일단 최대한 열심히 인터뷰도 하고 그러려고 한다.

-이름이 '인권' 아닌가. '구국의 강철대오'와 더 잘 어울린다. 80년대의 기억이 생생한가.

▶'마이웨이' 때 강제규 감독님이 '김인권, 이름 좋네' 하신 적이 있다. 참 무뚝뚝하신 분인데.(웃음) 저는 96학번이라, 박철민 선배 통해 이야기 듣고, 그 시절 동영상 챙겨 보고, 틈틈이 현장에 있는 80년대 잡지도 보고, 이주일 선배님 인터뷰도 호고 하면서 간접체험을 했다. 그렇다고 그 시절 뜨거웠던 걸 전부 알 수 있겠나. 다행히 저는 철가방이라, 그런 데 대해선 알아도 모른 척 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배우 김인권 ⓒ이기범 기자 leekb@

-친근하고 서민적인 코미디 캐릭터로의 입지를 다져가는 느낌이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지 않나.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러면 갈 길이 없어 슬프다.(웃음) 저도 멋있는 역할 좋은데 어쩌면 이게 제 자리인 것 같다. 서민 역할을 통해 약자들의 삶에도 꿈과 희망이 이뤄진다는 걸 영화를 통해서나마 보여주는 게 사명인 것 같다.

-잠시 언급했지만 이주일 심형래 등을 롤모델로 언급했다. 그것도 수년 전에. 차근차근히 가까워가는 느낌이다.

▶이주일 선생님, 심형래 선배님, 주성치, 짐 캐리, 찰리 채플린…. 그런 대선배들이 여전히 롤모델이다. 서민적인 삶 속에서 웃음을 주지만 약자라서 있는 태생적인 슬픔이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예전부터 그런 걸 굉장히 좋아했다. 코미디 찾아보고 '유머 일번지' 찾아보고. 이렇게 되려고 본능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 시절에 제가 브래드 피트 존경하면서 리처드 기어, 톰 크루즈 영화를 찾아봤다면 좀 잘생긴 배우가 됐을까?(웃음)

-요즘엔 더 멋있어 보인다. 친근한 외모 아닌가.

▶친근한 외모는 서운하지 않지만 못생긴 외모는 서운한 적 있었다.(웃음)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젊었을 때는 귀엽다는 이야기 많이 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나마 듣기 좋던 '귀엽다'가 사라지고 '방가?방가!'를 필두로 '못 생겼다'로 갔다가, 이제는 '실제로 보면 괜찮네' 정도?(웃음)

육상효 감독님 주인공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잘 생기면 안된다. 키가 조금 커도 위험하다. 콧대 높으면 쉽지 않다. 보통 배우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이런 역할 못 한다. 인터뷰 보시는 다른 배우들, 넘보시지 마시라.(웃음)

-극중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도 많이 되나.

▶얘도 여자 대학생을 사랑하는데 불가능한 꿈이다. 이 영화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게, 이렇게 생겨서 영화배우를 한다고, 주인공이라고 나와 있다는 게 감격이랄까.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얼굴로 여대생과의 사랑을 가능케 하는 과정이 이 얼굴로 주인공이 된 과정과 겹쳐진다. (웃음)

-실제로 결혼을 일찍 했다. 그 과정도 주인공 대오랑 비슷했나.

▶2003년이었다. 이거보다 더 치열했다. 저는 연극영화과 학생이었다가 본격적으로 사회 진출해 연애를 하는데, 군대도 다녀오기 전이었다. 가정 꾸리기 전까지 반대가 심했다. 경제적 여건도 진짜 안 좋았다. 와이프랑 하숙방에서 시작했으니까. 그 때 와이프는 대기업 비서 일도 하고 돈 잘 벌고 있다가, 남편 만나서 살아보겠다고 거기까지 와서…. 참 고맙다. 지금 다 갚아가는 거다. 예전부터 그냥 믿었다고 하더라.

-본인은 자학 모드지만 매력남이 맞긴 맞았나 보다.

▶그럼 이때부터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써 달라.(웃음)

-사실 지적인 면모가 다분한데 모르는 분들이 꽤 있다. 실제 동국대 연극영화과 4년 장학생이기도 하고. 연관검색어는 서울대더라.

▶그게 안타까워서 모 기자가 펑 써주셨는데, 합격한 게 아니고 지원을 했다는 거다. 이게 한 번 나가니까 끝이 없다. 어느 TV 인터뷰를 하는데 '서울대 수석이라면서요?' 그러시는 거다. 아이쿠, 큰일 날 뻔 했다.

-차기작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하는 '전국노래자랑'이다. '마이웨이'나 '광해'처럼 친근한 코미디와 다른 느낌이 세게 오는 작품도 있었지만 흐름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이경규 선배님이 굉장히 혜안을 가진 느낌이 있다. '혹시 식상해지면 어찌 하려 하느냐'고, 저한테 직접 던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운을 떼신 적이 있다. 식상함에 대책이 있느냐, 고민할 문제겠더라. 앞으로도 다양하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캐릭터 코미디의 미덕,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꾸준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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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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