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P와 J 한잔하면서 확 풀어주길
[동아일보]
가수 P는 몇 달 전 소주를, 가수 J는 몇 년 전 와인을 내게 건넸다. P는 강남, J는 강북에 거주한다. 실제로 만난 두 사람은 모두 TV에서 보던 것만큼 재밌었고, TV 안에서는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야하게 털어놨다. P는 무대 위에서도 곧잘 소주를 마셨다. 2차로 간 J의 집에는 잠이 잘 오게 하는 약이 있었다.
P와 J의 사이가 요즘 심상찮은 것 같다. 둘 사이에 정확히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감정의 여울이 파였으며 어떤 것이 흐르고 어떤 것이 앙금으로 남았는지, 난 자세히 알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이 갈라진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자리는 없었다.
P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클라이맥스는 바로 요즘, 2012년 9월과 10월이 될 것이다. P와 J의 '투톱' 스토리를 영화화한대도 그 절정은 이 무렵 이야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극적이고 씁쓸하게 돌아가는 요즘이다. 그러나 P와 J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올 주제곡은 요즘 노래가 아니다. 한참 전에 이미 나왔다. 2008년 4월 무렵에 발표된, P가 쓰고 J가 노래한 곡이다. '잠시뿐일 거야/곧 끝날 거야 또 해가 뜰 거야… 소나기, 소나기/날이 참 좋았는데 화창했는데 말없이 내리네/갑자기 왔다 적시고 간다'
P가 군대에 갈 때 J에게 써준 노래다. J는 P에게 "빨리 돌아와 무대에 서자"고 했다. 이 노래는 '클럽에 가서 화끈한 여자를 꾀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P의 다른 노래보다 가슴을 적시는 구석이 있다. 술이란 독도 되지만 가끔은 약도 된다. 소주든, 와인이든, 무슨 술이 됐든 P와 J, 둘이서 한잔하면서 풀었으면 한다. 그 술로 적당히 가슴을 적신 다음 날엔 다시 마른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으면 한다. 그 아름다운 자리에 나도 낄 의향 있다.
'무지개가 피고 기지개를 피고 다 잊어버리고 갑자기 왔다 적시고 간다… 내가 눈을 떠야 세상이 있어… 내가 찾아가야 인생이 있어/또 내일이 있잖아/오늘 하루만 소나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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