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중노동' 감옥섬 "다리도 자르려 했다"

2012. 10. 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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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마 탄광 강제징용
조선인 피해실태 공개

[세계일보]"나도 다리를 짤를라고 했당께. 석탄 구루마(손수레)가 오면 넣어뿌고 똑딱 잘라지게…. 그러면 그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목소리가 떨렸다. 70년이 흘렀어도 지옥 같은 당시 상황을 전하는 목소리에는 지워지지 않는 분노와 상처가 짙게 배어났다.

1942년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端島) 탄광에 강제동원됐다 광복 후 고국으로 돌아온 이모(86·광주광역시)씨. 그는 "감시자가 늘 총을 들고 경비를 섰고, 탈출하다 걸리면 고문을 당했다"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부상을 입어야만 고국으로 송환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일제 강점기 혹독한 노동과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 탓에 '감옥 섬'으로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하시마 해저 탄광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참혹했던 강제동원 사례가 새롭게 알려지면서 현재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 배상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조사해 4일 내놓은 '하시마 탄광 강제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실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모두 800여명. 이 가운데 122명이 혹사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 떨어진 6.3ha 면적의 작은 섬 하시마에서는 19세기 후반 탄광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미쓰비시사가 소유했던 이 탄광은 채굴 조건이 매우 열악했다. 갱내 온도는 섭씨 45도를 웃돌았다. 해저에서 탄을 캘 때는 바닷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박모(92)씨는 "땅 속으로 3800자(약 1.2㎞)를 들어가 작업을 했는데, 바닷물이 사방에서 나와 턱 밑까지 차올랐다"며 "늘 피부가 헐고 짓물렀다"고 증언했다.

갱내에는 메탄이 다량 응축돼 있어 가스가 암벽을 뚫고 분출하는 '가스 돌출' 현상이 툭하면 일어났으며, 낙석과 추락 사고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갱내에 투입된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은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렸다.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시마섬. 남북 480m, 동서 160m, 면적 6.3ha의 작은 섬으로 지금은 문을 닫은 '하시마 탄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생활환경도 열악했다. 당시 조선인 '함바'(노무자 숙소)는 해안에 있는 고층 건물 아래층에 있었다. 박씨는 "파도가 숙소로 밀려드는 것을 막으려고 널빤지를 덧대기도 했지만 파도가 높이 치면 방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곤 했다"고 말했다. 하시마 탄광에 동원된 조선인들은 1945년 8월 인근 나가사키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복구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위원회 윤지현 조사관은 "이곳에 동원됐던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동원과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숨졌지만 일본 정부는 하시마 탄광 등 자국 산업시설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는 1974년 이 탄광을 폐쇄했으며, 2001년 관할 자치단체에 하시마 전체를 양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연구원은 "확인된 피해 내용을 토대로 미쓰비시사에 추가소송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사는 10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했으면서도 현재 국내에서 인공위성 발사 용역과 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면서 "전범기업 제품 불매운동에 힘을 실어 해당 기업이 자발적 사과와 배상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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