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들 밥값 달랑 100원 올려준 한국정부

이진희기자 2012. 10. 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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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이들 밥 한 끼 1400원에서 1500원으로.. 달랑 100원 올린 '야박한 기재부'

정부가 보육원(고아원) 아이들의 식비 예산을 한끼 3,000원으로 현실화해 달라는 한국아동복지협회의 요청을 무시하고, 내년 밥값을 1,500원으로 묶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끼 식비를 3,000원으로 인상하면 한해 예산 295억원 정도가 추가 소요된다. 내년 우리나라 총 예산은 342조원, 복지예산만도 97조원에 이르지만, 가장 우선순위에 둘만한 295억원은 여기에 들지 않았다.

3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확정된 정부 예산안에서 보육원 아동 1만6,000명에게 한달 지원할 금액을 15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의복비 등 2만원을 제외하면, 한끼 밥값은 1,500원 정도다. 올해 식비는 1,400원이었고, 보건복지부는 200원 인상하는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기재부가 그나마 100원을 깎았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지난 7월 복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보육원 아동에 대한 급식 단가를 지역아동센터 등과 동일하게 지급해도 연간 295억원 정도만 추가 소요된다"며 "먹거리 등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부모 없이 자라는) 보육원 아동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부탁 드린다"고 요청했다. 현재 저소득층 아이들을 낮 동안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등 다른 아동시설의 한끼 급식 단가는 3,000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협회의 요청은 소용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30인 미만 시설의 지원금을 10% 가량 올렸고, 나머지는 최저생계비 인상분(3.4%)대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노인ㆍ장애인ㆍ아동 등 복지시설에서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9만3,000명에 대해 모두 같은 금액이 지원되는데, 보육원 아동만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동복지협회 이성선 사무총장은 "신체 발달이 활발한 아동의 특성을 감안해 보육원이라도 먼저 인상해야 한다"며 "국회 예산 심사에서 보육원 밥값 인상이 가능하도록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보육원 실태를 취재한 결과, 정부의 지원이 기본적인 생계 유지에 못 미치면서 보육원들은 밥값에 보탤 후원금 유치에 내몰리고, 후원이 적은 지방 보육원은 분유값조차 대지 못할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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