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선경 '더불어 사는 삶'
[[머니위크 커버]어려운 이웃들 곁에 늘 있는 그녀… '가장 낮은 무대'에 선 배우]
"제가 억대 연예인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고요? (기부금액을) 계산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웃음)"
배우 정선경씨가 < 머니위크 >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했다. 동갑내기 재일동포 신랑을 만나 일본에 신혼집을 차린 그녀는 요즘 두딸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엄마를 닮아 딸이 무척 예쁘겠다는 질문에 "아빠를 닮아 더 예쁘다"며 깨알 같은 남편 자랑도 잊지 않는다.
일본생활에 대해 묻자 "아이들이 24시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해 거의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몇달 전에 일본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사 왔는데 도쿄랑 오사카랑 뭐가 다른지 모를 정도다"며 '딸 바보' 엄마임을 증명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정신이 없는 그녀지만 잊지 않고 꼭 챙기는 것이 있다고 한다.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따사모)을 통해 설립된 '정선경 장학회'다. 2004년 2월 설립돼 8년 넘게 운영 중인 정선경 장학회는 소년소녀 가장과 무의탁 독거노인 돕기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달 600만원의 장학금과 수익의 일부를 지원하는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녀는 장학회와는 별도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운동에도 참여한다. 이를 통해 2500만원 상당의 책과 책장을 기부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단체 등에 환원하는 등 아름다운 선행을 지속하고 있다.
기부뿐만 아니다.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장애인먼저). 정씨는 현재 '장애인먼저' 홍보대사로 10년 넘게 활동 중이다. '장애인먼저'는 국민에게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만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간협회다.
그녀는 10년간 홍보대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는데 이론으로 배울 수 없는 많은 경험을 장애인먼저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하게 됐어요. 이 단체는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거든요. 프로그램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 내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자원봉사는 처음에는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를 위해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그녀는 오랜 기간 홍보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도와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
연예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로울 때가 더 많아요. 또 감정의 기복도 심하죠. 장애인먼저처럼 10년간 홍보대사를 맡게 되면 어딘가 소속돼 있는 느낌이 들고 내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아이를 키우며 바쁜 와중에도 매년 개최되는 봉사활동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특히 올해 10월 중순 장애인들의 인식 개선 드라마를 찍기 위해 그녀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매년 교육부와 장애인먼저, 삼성화재 협찬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드라마를 찍는데요. 아직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0월 중순에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에요.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드라마라서 별도의 출연료는 없어요. (웃음)"
정씨는 나눔의 미덕을 이제는 가족에게 전파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첫딸의 돌잔치다.
"당시 딸의 돌잔치를 홀트아동복지회의 장애 영아 6명과 함께 했어요. 이들은 해외 입양이 결정된 상태였죠. 해외 입양 후 성장한 친구들이 고국을 찾아올 때 들고 오는 사진이 돌 사진인데 작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딸의 돌을 장애 영아와 함께 보낸 것이다. 그녀는 당시 돌잔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지금도 흡족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나눔 바이러스는 둘째딸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둘째딸의 생일에는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밥퍼' 봉사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봉사활동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봉사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정씨는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혼자 다녔는데 아이들이 생기고 나니까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서 가족 모두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생각했어요. 딸과 같이 현장에 나가면 애들 정서에도 좋고 저도 편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연예계 내의 나눔 바이러스 전파 현황은 어떨까. 정씨는 아직까지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특히 젊은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도 숨기지 않았다.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일부 연기자들은 홍보대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다른 행사나 방송에 출연하면 많은 돈을 받는데 홍보대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데 그들이 자원봉사 등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눔의 미학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그녀는 이어 나눔을 실천방법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충고했다.
"봉사활동을 보여주기식으로 단기간만 하다가 그칠 생각이라면 안하는 게 낫죠. 우선 봉사활동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지, 그리고 오랜 기간 할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오랜 기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한다면 어느새 내가 더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는 내년에 다시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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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승제기자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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