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흔들리는 '소득 70% 복지' 원칙

김민철 기자 2012. 10. 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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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복지' 하나씩 수용 땐.. 복지예산 급격히 늘어날 듯

정치권이 요구해온 0~2세 전면 무상 보육과 관련, 정부가 당초의 반대 방침을 포기하고 이를 수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소득 하위 70%' 계층에 맞추어온 정부 복지 정책의 틀이 흔들리는 것이어서 향후 복지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보육 지원 체계 개편안에서는 '소득 하위 70%'가 여러 번 등장했다. 0~2세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대상을 전 소득 계층에서 소득 하위 70%까지로 줄이고, 0~2세 양육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상은 차상위 계층까지(약 15%)에서 소득 하위 70%까지로 늘어났다. 3~5세 양육 보조금은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으나 이 역시 소득 하위 70%까지 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복지 예산 증가 불 보듯

정부가 전면 무상 보육과 같은 100% 복지 제도를 하나씩 수용할 경우 복지 예산은 급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은 무상 급식, 무상 보육에다 무상 의료까지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새누리당 도 이에 맞서 복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여야의 복지 정책은 사실상 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부의 내년 복지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9조원 가까이 늘어나 100조원을 넘어섰다(102조5000억원).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은 앞으로 5년간 75조원, 민주통합당은 165조원의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정치권에 맞서 앞으로도 '70% 복지' 정책을 늘리고 싶겠지만,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100% 복지 정책을 수용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복지 혜택을 주는 '선택적 복지'를 해야 재정 낭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예산 관료들은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빠진 복지 포퓰리즘을 피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귀를 닫고 있다.

'100% 복지' 대 '70% 복지'

정부 관계자는 "100% 국민에게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재정 여건을 감안해 70%라는 기준이 생긴 것"이라며 "상위 30% 고소득층은 복지 혜택을 주지 않아도 자기들이 알아서 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70% 복지는 이처럼 전 계층으로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정치권에 맞서 예산상 한계 때문에 복지 대상을 제한하고 싶은 정부가 찾은 타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 정책에서 소득 하위 70%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때였다. 그 후 점차 소득 하위 70% 기준이 늘어나 현재 정부는 3~4세 보육료를 소득 하위 70%까지 지원하고 있고,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 위주로 등록금을 경감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복지정책관은 "보통 중위 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한가운데 소득)의 50~150% 계층을 중산층이라고 하는데, 중위 소득의 150%가 대략 소득 하위 70~80%여서 소득 하위 70%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70% 복지 기준이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점차 '100% 복지'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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