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새댁'들 추석나기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결혼 1년차 주부 정모씨(30·회사원)는 딱 잘라서 "명절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이 결혼 후 3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여태껏 '시집살이'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정씨는 "기본적으로 제사를 안지내고 시어머니도 시키시는 게 없다"며 "이번에는 아예 해외로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여행가는 집'과 '제사지내는 집'이 "반반 정도"라는게 정씨의 설명이다.
최근 20, 30대 '젊은 새댁'의 '명절나기'가 크게 달라졌다.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간단한 음식만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당하게'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사회적 시각도 크게 바뀌고 '음식 문화'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명절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행복하게 보내면 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가을 결혼을 한 김미정씨(28·회사원)도 "종교적인 이유로 명절음식 일체를 준비하지 않는다"며 "시댁에 가서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고 외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래도 시댁이니까 친정보다는 약간 마음이 쓰이는 정도"라며 "명절이 오히려 출근하는 평일보다 좋다"고 반색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주부 김모씨(32·회사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못 도와 드리는 게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니께 미리 상 차릴 돈을 드리고 장을 봐두시면 당일 가서 돕는 정도"라며 "거의 도움이 안되지만 오랜 시간 앉아서 전을 굽는 건 좀 피곤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신 추석 당일은 친정으로 건너가 친정 언니네와 1박 2일 서해 콘도로 여행갈 예정"이라며 "명절이라고는 하지만 매월 시댁에 가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집안 분위기'에 따라 여전히 '강도 높은'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새댁'들도 있다. 이런 경우 '남편'들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모씨(32·회사원)는 "지난 설날 시댁에서 5시간 동안 내내 서서 전만 부쳤는데 허리가 많이 아파 힘들었다"며 "그런데도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왜 큰집에 미리 와서 돕지 않았냐고 핀잔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번엔 명절 스트레스를 추석 한 달 전부터 받았다"며 "남편도 평소엔 잘 돕는데 명절 때는 시어머니 눈치에 꼼짝없이 '못 돕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남편인 이모씨(32·회사원)는 "평소엔 힘 닿는데 까지 돕는데 어머니와 친척들 눈치가 보여 명절 땐 부엌근처에도 못 간다"며 "남편, 아들, 사위 등 다양한 역할을 충족시키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 신랑' 추모씨(33·회사원)도 "맞벌이를 하는 만큼 평소에 집안 일을 많이 돕는 편인데 명절 때는 돕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추석 맞이'를 하고 있는 신혼 부부들이지만 '바라는' 추석 모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차례' '제사' '선물' 등 격식을 차리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모처럼' 모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명절을 만들자는 것.
김씨(지난해 5월 결혼)는 "차례나 제사 등 격식보다는 가족이 '모인다는 것'에 중점을 두면 좋을 것 같다"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준비해도 충분히 조상님께 예를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정씨는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둬야한다"며 "제사도 결국은 산 사람들이 행복하자고 지내는 건데 그 과정이 힘들면 괜한 불화만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족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명절 나기'도 대환영이다.
정씨는 "가족들이 모여 밥 먹고 이야기를 실컷 나누면 가장 좋다"며 "가족들끼리 뜻만 맞으면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추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맞게 명절 문화가 변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씨(지난해 12월 결혼) 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명절 문화'에도 변화가 생겨야 맞다고 본다"며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남자들도 함께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버려기 십상인 명절 음식문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라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허례허식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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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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