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김혜은 "육탐희로 살며 치욕의 끝 봤다"(인터뷰)

이우인 2012. 9. 25. 16: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리포트 = 이우인 기자] KBS2 월화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이 오늘(25일) 16부를 끝으로 작별을 고한다. 작품성 시청률 등 많은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작품. 하지만 배우 김혜은(39)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드라마다. 그녀는 천박하고 무식한 육탐희를 연기했다. 김혜은은 '연기 잘한다'는 과분한 극찬을 들었다.

지난 22일 저녁, 마지막 촬영을 마친 김혜은과 전화인터뷰를 나눴다. 촬영 때문에 이틀밤을 지샜다지만 목소리는 피곤을 잊은 듯 더없이 밝았다.

◆ 육탐희의 마지막, "치욕스러웠다"

육탐희는 디스코걸 출신으로 해운대호텔 안주인 자리를 꿰찼다. '해운대 연인들'의 유일한 악역으로 천박한 야심이 가득한 캐릭터. 김혜은은 육탐희에 대해 '허점이 많은 여자'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혜은이 '나는 이제 여배우가 아니다'라는 주문을 외워야 할 만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김혜은은 "천박하고 무식해 보이면서도 약해야 했다. 그래서 무식한 사투리를 구사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선택은 옳았다. 귀전을 누르는 억센 사투리를 시청자들은 '찰지다'고 표현했다. 부산 출신인 김혜은의 독특한 사투리는, 방송 초반 논란이 된 조여정의 사투리와 비교됐다. 첫 촬영을 마친 촬영감독이 "천박하고 무식한 것도 좋은데, 섹시하게 갔으면 좋겠다"며 말릴 정도.

"육탐희로 3개월을 살았다. 오늘 아침에 촬영이 끝났는데,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회, 육탐희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장면이었다. 연기하는 나까지 치욕스럽게 만들더라.(웃음) '내가 육탐희를 왜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하는 걸까. 다음엔 절대로 이런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했다."

김혜은은 '해운대 연인들'의 맏언니로 함께 호흡해온 배우들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사투리 논란으로 힘들었을 조여정에 대해 "꿋꿋하더라.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주인공으로 중심을 다잡았다. 몸집은 작지만 그릇이 큰 배우"라고 말했다.

◆ 영화 한 편, 드라마 세 편, 예능까지 섭렵

배우로 산 것도 6년째. 김혜은은 올해 유독 바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감독)로 화려한 스타트를 끊었다. '적도의 남자' '아이두 아이두' '해운대 연인들'까지 드라마 세 작품을 연거푸 소화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사장, 성악을 하는 재벌가 딸,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싱글맘, 디스코걸 출신 호텔 안주인 등 비슷한 분위기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뻗쳤다. 딸 김가은과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남편 김인수 씨와는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패밀리 합창단' 특집에 출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혜은은 "예능에는 울렁증이 있다. 그럼에도 '붕어빵'에 출연하는 이유는 가은이도 너무 좋아하고, 가은이와 일체감을 맛볼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패밀리 합창단' 또한 이런 배려가 작용했다. 애초 가은이와 출연할 생각이었다는 김혜은.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그녀는 "'패밀리 합창단' 참가자 중에는 사연이 기구한 아이들이 많다. 환희와 준희(故 최진실 자녀)에게 혹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혜은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오페라가수를 꿈꿨다. 그녀의 노래 실력은 방송이 나간 뒤 화제가 됐다. 성악과 출신이라 더 신경이 쓰일텐데 김혜은은 담담했다. 그녀는 "어린이 합창단 출신이다. 합창 자체를 즐긴다. 노래를 잘해서 돋보여야 한다는 욕심은 전혀 없다"며 웃었다.

◆ 아나운서→기상캐스터→배우→?

김혜은은 배우이기 전에 MBC '뉴스데스크'의 간판으로 활약한 아나운서 출신 기상캐스터였다. 한때 수많은 기상캐스터의 롤 모델이 그녀였다. '잘 나가던' 김혜은에게 배우 꿈을 안긴 작품은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04). 김혜은은 당시 명세빈 친구이자 기상캐스터로 카메오 출연했다. 이때 느낀 첫 '배우 맛'은 7년 동안 몸담은 직장도 떠날 만큼 강렬했다.

기상캐스터로서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은 바람도 작용했다. 그녀는 "기상캐스터로 CF와 드라마에도 출연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더는 시청자에게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했다. '뉴스데스크'가 꿈인 기상캐스터 후배들에게도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런 고민을 무려 3년이나 했다. 때마침 몸에도 문제가 생겼고, MBC에 곧장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기상캐스터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쉽지 않았다. MBC '아현동마님'으로 데뷔할 때는 배우로 불리는 게 어색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심리적 부담도 컸다. 하지만 김혜은은 독종이었다. 극중 광주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광주에 있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한 학기 동안 실생활 사투리를 익혔다. "광주사투리가 겁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며 당시의 노력을 털어놨다.

"이제는 오히려 기상캐스터 타이틀이 어색하다"고 말하는 김혜은. 그런 그녀에게도 "배우, 아무나 하나?" 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 출연 후에 인터뷰한 신문기사에서다. 이 기사에서 그녀는 "탤런트 길로 샐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이 질문이 지금은 현실이 돼 있다. "나도 내 인생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에 올인하고 있다. 배우로 살 수 있어 정말로 행복하다.(웃음)"

사진=SSD / TIMO E & M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