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 ⑨ 참부모 메시아론
[세계일보]종교와 구원의 문제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신학(神學)에서는 종교를 떠난 구원, 구원을 떠난 종교란 불가능하다. 적어도 종교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종교는 인간의 궁극적인 구원에 관한 문제에 무엇보다 관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종교의 구원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통일교는 기독교와 어떻게 구별된 구세주(救世主)를 뜻하는 메시아에 관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메시아로 고백되고 있는 예수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을 통하여 구원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 기독교 신학은 말한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인류를 위한 그의 메시아로서의 구원의 행위이며 이는 필연적인 사건이었다고 고백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가 처형당한 십자가는 기독교의 대표적인 구원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는 기독교와 차이가 있다. 통일교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한 구원의 한계를 말함으로써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가 재림하게 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참부모 메시아(참부모로서의 메시아)를 말하고 있는 통일교에서 역사적 예수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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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가 1970년대 미국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 문 총재는 누구에게나 자상한 '참부모'였다. |
예수의 십자가, 영적 구원에 국한돼
통일교는 인간 조상인 아담과 해와의 타락으로 인하여 인류는 원죄를 지닌 죄악의 후손이 되었으며 하나님의 창조이상세계 곧 지상천국은 이 지상에 실현될 수 없었다고 본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부모의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근원이기 때문에 타락한 인간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창조본연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구원의 역사를 주관하게 된다. 통일교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구원사(救援史)를 타락하지 않은 창조본연의 세계로 다시 귀일한다는 입장에서 복귀섭리(復歸攝理)라고 한다.
하나님의 구원사 곧 복귀섭리는 결국 잃어버린 창조본연의 아담 가정 곧 하나님을 중심으로 '참부모 이상(理想)'을 완성한 아담과 해와를 통하여 창조이상세계를 지상에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복귀섭리역사 속에서 창조본연의 아담과 해와에 해당하는 한 남성과 여성을 찾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통일교에서는 이러한 창조본연의 남성으로 온 분이 역사적 예수로서, 그는 타락으로 초래된 원죄를 청산하고 타락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참된 자녀가 되어 참부모 이상을 이루게 함으로써 창조이상세계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하였다고 이해한다.
통일교가 말하는 창조이상세계는 하나님을 중심한 이상적인 가정으로부터 출발되며, 이러한 가정은 타락인간이 하나님을 부모로 모시는 온전한 선(善)의 자녀로서 다시 중생(重生)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타락인간은 아직도 죄를 지을 수 있는 원죄가 남아있기 때문에 중생을 통하여 거듭나지 않고서는 사탄과의 인연을 근절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일교는 역사적 예수가 창조이상세계를 실현하기 위하여 타락인간을 중생시키는 사역을 담당한다고 본다. 그러나 결국 타락인간의 중생을 위한 역사적 예수의 삶은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통일교는 예수의 대속적인 십자가 죽음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기독교와 달리,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하나님의 예정에 의한 필연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완전한 구원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원리강론』 전편 제4장 '메시아의 강림과 그 재림의 목적'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통일교에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필연적인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라 유대민족의 무지로 인한 불신이 초래한 결과다. 유대민족은 신봉해야 할 예수를 메시아로 맞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비난하고 조소하여 십자가 죽음으로 몰아간 살해의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선민(選民)의 자격을 잃고 민족적인 학대를 받아왔다고 한다. 한편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구속함을 얻은 타락인간은 여전히 죄를 짓고 있으며, 하나님의 신성을 온전히 닮아서 생활하는 선의 자녀들도 없다고 본다. 또한 예수는 십자가상에서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 : 30)는 구원의 완결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재림을 약속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통하여 예수를 통한 구원의 불완전성을 언급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 이루었다고 하는 구원의 성취와 완결성은 예수 재림의 필요성이 무의미하거나 혹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통일교 신앙인에게 의미가 없는 무모한 죽음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통일교에서 역사적 예수의 죽음은 무모한 죽음이 결코 아니다. 단지 통일교는 구원을 '영적 구원'과 '육적 구원'의 차원으로 이해함으로써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 나타난 구원의 한계를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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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가 1998년 브라질에서 '세계평화이상가정'을 교육하고 있다. |
예수의 죽음은 유대인 불신의 결과
통일교는 인간이 영(靈)과 육(肉)으로 창조되었으며, 인간의 타락 또한 천사장과 해와의 영적 타락, 해와와 아담의 육적 타락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에 영과 육적인 차원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메시아를 통한 구원은 타락인간을 영육 모두 온전하게 선의 자녀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님과의 관계성 회복이요, 이는 지상에 실체적인 이상세계의 실현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궁극적으로 통일교가 역사적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섭리는 "영적 구원과 육적 구원을 아울러 완성"하는 것이며, 예수가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영적 구원과 육적 구원을 통해서 지상천국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앙적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통일교는 유대민족의 불신으로 십자가에 내몰린 예수의 육신이 사탄의 침범을 당하여 살해되었으므로 그의 십자가 죽음은 신도들에게 영적 구원의 혜택만을 열어 주게 되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타락인간은 원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죄 없는 선의 후손을 번성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성서에 예언된 예수의 재림은 메시아로서 아직 이루지 못한 육적 구원을 함께 완성하기 위한 지상 재림이라고 본다.
통일교가 말하는 메시아는 타락인간을 창조본연의 인간으로 중생케 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이상세계를 지상에 실현하는 사역을 담당한다. 따라서 타락인간은 창조본연의 인간으로 복귀되는 구원의 역사 속에서 타락하지 않은 본연의 아담과 해와의 입장에 놓인 참부모로서의 메시아를 만나야 한다고 본다. 메시아의 이러한 중생의 사역은 타락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생명의 잉태와 출산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의 잉태와 출산은 참아버지 메시아인 예수에 의해서만은 불가능하다. 통일교는 예수가 타락하지 않은 제2의 아담 곧 창조본연의 남성이라면, 제2의 해와라고 할 수 있는 창조본연의 여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생명의 잉태와 출산은 남성 단독자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생의 사역을 담당하는 메시아는 창조본연의 아담과 해와의 입장 즉 타락하지 않은 참부모의 입장에 놓여야 한다. 메시아는 아담과 해와가 타락으로 인하여 이루지 못한 참부모 이상을 실현함으로써 죄 없는 하나님의 선의 자녀를 낳고 창조목적을 이룬 이상세계를 지상에 실현해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일교에서 메시아 사역은 타락인간을 중생케 하는 참부모의 입장이 전제된다. 따라서 통일교가 말하는 메시아 사역은 '참아버지 메시아'와 '참어머니 메시아'라는 부모성(父母性)을 함의하고 있다.
참부모로서의 메시아 사역은 한편으로 메시아 사역의 동역성(同役性)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된다. 부모성을 지닌 메시아 사역은 반드시 하나님의 양성(陽性)과 음성(陰性)을 대표하는 남성과 여성의 공동적인 협력(partnership)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시아 사역을 하나님의 성육신인 예수 독생자의 사역으로만 인식했던 기독교의 이해는 메시아 사역의 동역자로서 여성격 성신(聖神) 곧 성령을 해석하고 있는 통일교의 메시아 이해와 다소 차이가 있다.
메시아로 고백되는 예수는 결국 하나님의 남성격을 실체로 지닌 제2 아담 곧 후아담에 해당된다. 따라서 한 남성으로서의 예수는 하나님의 여성격을 실체로 지닌 제2 해와 곧 후해와와 더불어 인류의 참부모 이상을 실현해야 하는 것으로 통일교는 이해한다. 타락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참부모가 되기 위해서 사실상 예수는 신부를 맞이해야만 했었다고 본다. 그러나 참부모 메시아 사역을 담당할 예수는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렇다면 메시아 사역에 있어서 여성격 성신은 결국 예수와 부부의 인연을 맺어야 할 입장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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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지난 3월 대전에서 열린 '천지인참부모 승리해방완성시대개문 계승성취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
참부모 메시아, 온전한 영육 구원
통일교에서 말하는 타락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구원섭리는 하나님 스스로가 인간에 대하여 부모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실체대상으로 지음 받은 남성(하나님의 양성)과 여성(하나님의 음성)의 공동협력에 의하여 참부모 이상을 이룰 수 있다. 예수와 달리 실체가 없는 성신은 영적 구원의 역사 속에서 활동하는 하나님의 내재적인 양상이었다고 우선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서를 통해서 볼 때, 구원사에 나타난 성신(성령)의 사역, 즉 하나님의 구속적 활동은 여러 부분이 여성적 측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일교는 재림을 약속한 예수가 영육 구원의 완성을 위하여 영적으로 재림하는 것이 아니라 초림 예수처럼 육신을 쓰고 실체적으로 지상에 재림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처럼 메시아 사역을 완성하기 위한 재림 예수가 지상에 다시 임재해야 한다는 것은 참부모 메시아 사역의 동역자로서 그동안 실체가 없었던 성신이 지상에 실체적으로 임재하지 않을 수 없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실체 성신(實體 聖神)'은 성신이 역사적인 초림 예수처럼 육체를 지닌 존재로 임재해야 한다는 점을 함의하고 있다.
초림 예수와 함께 메시아 사역을 이끌어 나간 성신(성령)은 타락인간을 영적 구원의 차원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하는 새 생명 창조의 과업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때 성신(성령)은 중생의 사역을 담당한 예수가 그의 동역자로서 신부를 맞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체화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통일교는 재림 예수와 실체 성신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하여 완성하지 못한 참부모 이상을 지상에 실체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재림 예수와 실체 성신은 하나님의 양성과 음성이 실체적으로 형상화된 창조본연의 남성(하나님의 양성)과 창조본연의 여성(하나님의 음성)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창조이상을 완성시켜야 한다고 이해한다. 이로 인하여 영적 구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적으로도 인간이 죄로부터 해방되어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창조이상세계의 삶을 체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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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2002년 2월1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4억쌍 3차 합동축복결혼식에 참여한 3000여쌍의 부부를 위해 주례사를 하고 있다. |
타락인간, 창조본연의 자녀로 회복
더 나아가 통일교는 참부모 메시아의 보편성(普遍性)을 말한다. 왜냐하면 메시아는 "참된 인간의 원형"이므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창조된 인간이 창조목적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본받아야 할 삶의 모델이요,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참부모 이상을 실현하는 메시아 사역은 특수성을 넘어 하나님의 자녀 된 모든 인간의 책임이 수반되는 실체적인 노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편성을 담지할 수밖에 없다.
통일교에서는 메시아를 통해서 중생한 타락인간은 다시 죄를 범하지 않고 하나님의 신성을 지닌 온전한 참된 자녀로서 살아가는 삶을 신앙의 노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동안 악의 사탄과 인연을 맺고 살아온 모든 타락인간은 참부모의 입장에 있는 메시아의 실체적인 삶을 본보기로 하여 하나님이 주신 3대 축복을 지상에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으로 신앙하고 있다. 통일교에서 말하는 3대 축복은 개성 완성, 가정 완성, 주관성 완성을 말한다. 개성 완성은 개인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며, 가정 완성은 참부모 하나님을 중심으로 부부와 자녀가 참된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관성 완성은 인간과 구별된 자연이 상호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삶을 의미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기본적 태도는 인격을 갖춘 한 남성과 여성이 참된 사랑을 중심으로 이상가정(理想家庭)을 실현해 가는 과정 속에서 참부모 이상 실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통일교가 말하는 창조이상세계는 창조목적의 실현이 가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정을 기본단위로 하여 종족, 민족, 국가, 세계, 천주(天宙)로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교는 본받아야 할 참부모 메시아적인 삶의 범위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종족, 민족, 국가, 세계, 천주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창조목적이 완성된 이상세계 실현을 위하여 타락인간이 하나님의 참된 자녀로서 책임적 과업을 자신의 가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천주적인 차원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교가 말하는 참부모 메시아는 타락인간이 회복해야 할 이상으로서 창조본성을 회복한 하나님의 참된 자녀의 입장이 된다. 통일교가 말하는 참부모 메시아는 생명의 창조와 치유의 과정을 함의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의 창조와 치유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부모성이 전제된다. 궁극적으로 통일교의 '참부모 메시아'는 부모와 같은 심정에서 참된 사랑으로 생명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실천적 삶을 내포함으로써 세상 속에서 고통 받는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생명보살핌의 문화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더불어 남성성과 여성성이 함께 조율되어 발현될 때 그 빛을 제대로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교가 말하는 참부모 메시아적 삶이 인간의 삶 가운데 보편적으로 실천된다면, 이는 생명보살핌의 문화 창출에 한몫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문선영 선문대 교양학부 교수·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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