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회부장 경질.편집국장 경고
"그 정도 대형오보면, 그것도 반복된 오보면 편집국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의 나주 성폭행범 사진 오보에 대해 조선 외부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상대적으로 조선 내부는 잠잠하다.
조선은 오보 발생 5일 만인 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양상훈 편집국장에게 '경고' 징계를 내렸다. 경고는 조선일보 징계 양형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대신 오보의 실질적인 책임은 사회부장에게 돌아가 정권현 사회부장이 전격 경질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편집국장의 책임보다는 해당 부서장인 사회부장이 기자의 확인 과정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점을 더 무겁게 여겼다는 전언이다.
조선 한 관계자는 "사진의 본인 여부 확인을 덜한 사회부장의 책임을 중하게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징계는 조선이 그동안 타 언론사의 오보에 대해 보였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SBS의 장자연 오보에 대한 것이다. 조선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해 3월17일 기사에서 한 언론학자의 말을 인용해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정도 초대형 오보를 내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선진국 언론이라면 경영진이 사퇴할 일"이었다. 이 밖에도 조선은 프랑스 공영TV, 영국 BBC, 미국 CBS, 일본 니혼TV 등에서 오보에 책임을 지고 사장 또는 보도책임자가 물러난 사실로 SBS를 공격했다.
조선 기자들은 오보 이후의 책임 소재 규명과 징계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조선의 한 중견기자는 "타 언론사에서 이 정도 오보가 생겼으면 기자들이 들썩이겠지만 우리 기자들은 오보 때문에 데스크의 지시에 시달리는 것을 먼저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 기자들의 이 같은 성향이 과도한 업무와 데스크의 압박 때문에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편집국장 체제에서 업무 부하가 급증했고 이것이 임계점에 이르러 오보와 실수가 빈발한다고 기자들 스스로 말한다"며 "그럼에도 기자들이 항변을 못하는 것은 편집국장과 데스크에게 짓눌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보 발생 후 10일째, 조선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으로 어떤 자성의 목소리도 표출되지 않았다. 조선이 약속한 대로 피해자의 명예회복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조선 내부에서 이 사건은 잊혀지고 있다.
이대호 기자 dhlee@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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