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MB·박근혜 비판 그림 교체

2012. 9. 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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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별전 개막전 홍성담씨 작품 바꿔"새누리당·청와대 서운해하면 안돼""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처사" 비판

문화·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 산하 시립미술관이 특별전 초대 작가의 작품이 현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개막 직전 다른 작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황영성)은 지난 6월 개관 20돌을 기념해 '진(進).통(通).-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에 초대 작가 홍성담(57)씨한테 '첼로 소나타'(194×400㎝·사진 왼쪽)라는 작품을 받았다. 이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이 삽을 악기 삼아 첼로 활로 음악을 연주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이 허수아비 형상으로 서 있는 모습이 담긴 4대강 비판 작품이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특별전 개막 사흘 전인 6월3일께 홍씨에게 양해를 구한 뒤 '우먼 락밴드-어쩔시구'(194×400㎝·오른쪽)라는 작품을 받아 대체 전시했다. 8월19일까지 열린 특별전에 초대된 작가 30명의 작품 80여점 중 홍씨 작품만 교체됐다. 장경화 광주시립미술관 홍보부장은 "광주광역시장과 공무원들이 서울 관련 부처를 오가며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며 "그 작품을 걸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에서 서운하다고 생각하면 시민들한테 손해가 된다고 판단해 작품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담 작가는 "시립미술관 고위 관계자가 개막하기 직전 나의 작품을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그림 교체를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고 전시회 때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현실 비판적인 전시 작품의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분관은 2010년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전'으로 홍성담씨 개인전을 열면서 1개의 작품을 문제 삼아 다른 작품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기획전에서 강원래 작가의 '삽질공화국'이란 설치작품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철거됐다. 미술계 인사들은 "현실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초대 작품을 교체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라며 "문화·예술도시와 인권도시를 자처하며 비엔날레까지 개최하고 있는 광주에서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행태로, 반문화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홍성담씨는 80년대 연작 '5월판화'로 광주의 진실을 알렸고, 그림 때문에 옥고를 치르면서 국제앰네스티본부 선정 '올해의 양심수 3인'(1990년)으로 뽑혔으며, 민중미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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