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진심일까요?

2012. 9.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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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학용 기자]

KBS < 개그콘서트 > 중 '불편한 진실' 코너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공감개그로 화제다. '애매모호'한 우리의 일상을 관통하는 엄마의 공감 멘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도 남는다.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엄마들의 기발한 멘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엄마의 멘트들을 소개한다. < 기자 말 >

KBS2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 코너의 엄마(박지선 분)와 딸(김지민 분).

ⓒ KBS

< 개그콘서트(개콘) > 에 등장하는 엄마의 촌철 멘트는 흔한 일상적인 대화에 불과하지만 폭넓은 공감을 사고도 남는다. 엄마들이 정하는 유통기한은 왜 이리 들쭉날쭉인가? 엿장수도 아니면서 마음대로 냉장고 음식의 사용기한과 용도를 정하려 하는지….

집에 돌아온 딸이 냉장고 음식들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겠다고 해도, 엄마는 냉장고에서는 3~4일 정도 지나도 괜찮다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다음은 < 개콘 > 에 등장한 능청스럽고 맛깔스러운 엄마와 딸의 대화다. 정말이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 배꼽을 자극한다.

"그럼 이 요플레는 유통기한이 1주일이나 지났으니 버려도 되지?"

"그걸 왜 버려? 목욕하고 마사지하게 놔 둬!"

"이 바나나는 시꺼멓게 변했으니까 버려도 되지?"

"뭔 소리? 그때가 제일 맛있는 거여!"

"나물 반찬은 쉰 것 같으니까 버린다?"

"놔둬, 저녁에 아빠 주게. 냉장고에 있는 건 괜찮아!"

"엄마 옷, 재작년에 만 원 주고 산 거 알지?"

아,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가만 지켜보니 내 유년시절의 엄마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유년시절을 내 엄마와 함께 보낸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사모님'의 멘트도 영락없다. 누가 시킨것도 아닐 텐데 내 아내는 물론 친가, 외가, 처가와 사돈의 팔촌 여인들까지 총망라해도 '대한민국 엄마표 멘트' 그대로다. 그야말로 싱크로율 100%다.

며칠 전 조카는 요즘 추세에 맞춰 교복바지 통을 5.7인치로 줄였다. 선배들의 눈치를 볼 일이 없는 3학년이 되자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조카, 그래도 뭔가 허전했나보다. 몸매의 굴곡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스키니진의 욕구가 발동하여 처형에게 용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역시 처형은 조카의 요구와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으니…. "그놈의 돈은 먹고 죽으려도 없다"는 멘트로 오랜만에 모인 처가 식구들을 '멘탈붕괴'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돈과 관련된 얘기에선 더욱 논리 정연해지는 여인들, 정말이지 대박이다.

"엄마, 스키니 사게 돈 좀 줘요."

"돈! 돈! 돈! 그놈의 돈 타령! 뭐, 돈 맡긴 거 있어?"

"아, 자꾸 그러지 말고 5만 원만 줘 봐요~!"

"5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냐? 땅 파면 돈이 나온다니? 옷이 천지에 널려 있는데 무슨 옷을 또 사! 엄마가 입은 이 옷, 재작년에 아울렛에서 만 원 주고 산 거 알지?"

"누가 싸구려 입으래요? 아, 진짜… 이모들 앞에서 창피하게…."

"부끄러운 건 아나 보지? 너희들 진짜 부모 잘 만난 줄 알어! 엄마, 지금 속이 속이 아니다. 응?"

"엄마는 요즘 추세도 모르나?"

"쯧쯧, 저 바지는 또 뭐야? 이걸 옷이라 입고 다녀? 전부 태워버리든 해야지…."

"제 아빠 닮아 고집 있다니깐"... "당신은 저리 가 있어!"

밥상머리에서 자녀들을 혼낼때 엄마의 스킬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KBS 2TV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중 한 장면.

ⓒ KBS

엄마표 멘트의 '불편한 진실'은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 중재를 불허하는 무서운 대한민국 아줌마 한 분 추가다. 이번에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우려했던 대로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고 말았다. 역시 문제는 스마트폰이었다. 카카오톡을 못해서 애들한테 무지 소외당한다는 아들의 항변에도 아내는 끔쩍도 하지 않는다. 딱 < 개콘 > 에나 나올 법한 멘트들이다.

"어휴, 남들 다 따라하면서 네 성적은 왜 안 따라가니? 그걸 꼭 사야 공부를 잘한다냐? 차라리 엄마를 팔아라, 팔아!"

"우리 반에서 스마트폰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알기나 해요?"

"넌 온통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니? 아빠 한 달 내내 고생해서 세금 떼고 쥐꼬리만큼 가져오는데 네 학원비 하고 생활비 하면 뭐가 남니?"

"…."

"으이그, 제 아빠 닮아 고집 있다니깐…."

아무래도 이를 중재하는 일은 아빠인 나밖에 없겠지. 헉! 그런데 언제 아들 편들며 대화에 끼어들까 눈치보던 나에게 아내는 한마디 던진다.

"당신은 저리 가 있어!"

결국 SNS의 세계에 동참해보겠다는 아들의 꿈은 무참히 짓밟히고, 대신 최근에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삼촌이 쓰던 '뉴초컬릿폰'에 만족해야 했다.

엄마 눈을 바라봐~, 넌 '사죄'하게 되고~

어디 그뿐인가?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를 혼낼 때 쓰는 아내의 스킬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아들이 최대한 불쌍한 척 연기를 해도 도무지 안 먹힌다. "엄마 눈 똑바로 쳐다봐"라는 말대로 (순진하게) 눈을 마주쳤다가는 단번에 "왜 그렇게 쳐다봐? 뭘 잘했다고"라는 비수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이미 충분히 때려놓고는 "몇 대 맞을래?"라는 엄마의 물음에 무시하는 게 일단 상책이지만 계속 채근하면 '화 안 내는 수준'은 과연 몇 대로 대답해야 하는지…. 도대체 눈을 똑바로 봐도 안 되고 눈을 깔아도 안 되면 어떡해야 하나? 혼낼 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아내, 과연 여러분의 아내들은 어떤가?

"너 잘했어, 잘못했어? 어서 말해봐!"

"…."

"그리고 너, 오늘 할 건 다 했어?"

"…."

"뭘 잘했다고 어디서 엄마 눈을 그렇게 동그랗게 쳐다봐?!"

"…."

"내가 오늘 이 녀석을 가만 두나 봐라!"

"…."

"너, 학교 다니지 마! 이런 녀석들은 학교 다닐 자격이 없어! 나는 네 시험 성적이 안 나온 것보다, 네가 노력을 안 했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나!"

"…."

"너 자꾸 그러면 누가 널 믿겠냐? 네가 그래서 무시받는 거야, 알기나 해?"

"…."

"그래 가지고 문이 부서지니!"

"흑흑…."(드디어 터지는 아이의 눈물!)

"뭘 잘했다고 울어!"

"…."

(잘했으면 울겠습니까? 아이는 자기 방으로 숨습니다.)

"좋은 말 할 때 문 열어라!"

"…."

"너, 오늘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엄마가 죽는다는데 어쩝니까. 방문을 열어야죠.)

"방은 또 완전 돼지우리야!"

"…."(엄마의 질타는 새로운 주제로 이어집니다.)

과연 당신의 아내, 당신의 어머니는 어떤가

KBS2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 코너의 엄마(박지선 분)는 그야말로 진짜 울 엄마와 싱크로율 100%다.

ⓒ KBS

결코 변하지 않는 유전자, 그 이름은 '엄마' 또는 '아내'이리니. 그밖에 독자들도 '급공감' 하고도 남을 내가 경험한 '일상 관통' 아내의 멘트를 소개한다.

-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 "여기 좀 앉아봐~!"

- "할 말 없냐니까?"

아, 올게 왔나 보다. 나 지금 떨고 있나? 여름 휴가 보너스 50만 원 중 20만 원을 챙긴 걸 과연 어떻게 알았을까?

- "도대체 집에 와서 하는 게 뭐야?"

- "저리 안 갈래?"

- "누군 신랑 잘 만나서…."

- "가위 어디 있어? 저 놈의 인터넷 선을 싹둑 잘라버리게…."

- "그만 들여다보고 밥 먹어! 저 TV를 내가 그냥…."

어떠한 협박에도 나는 (결론이 뻔한 이 싸움을) 끝내자는 의미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아내는 "뭐가 미안한데?"라고 쏘아붙인다. 전형적인 부부싸움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 패턴, 창문으로 어느 집 부부싸움 구경하는 것 같지 않은가?

대한민국 아줌마의 유전자는 결코 변하지 않는 법. 언제 어디서든 우리와 함께했던 엄마표 표준멘트는 우리를 웃고 울렸던 삶의 원천이었으리라. 과연 당신의 아내, 당신의 어머니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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