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넝쿨째 굴러온 유준상, 최고의 행복이었다"

강민정기자 2012. 9. 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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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호흡 척척.. 보통 신도 맛이 살아나'예의' 일깨워 준 강부자 선생님께도 감사아시아 13개국 수출.. 다시 한류스타 됐어요

"세월이 지나 귀남이의 손을 꼭 잡고, 말 없이 걷던 그 장면.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배우 김남주가 회상한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극본 박지은ㆍ연출 김형석ㆍ이하 넝굴당)의 마지막 신은 시청자에게도 여운을 남겼다. 국민의 절반이 봤을 만큼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한 '넝굴당'은 일과 가정, 가난과 행복, 낳은 정과 기른 정, 엄마와 여자 등 현실과 이상 사이를 넘나드는 가치들을 현명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호평 속에 종방된 '넝굴당'출연진과 제작진이 지난 6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마지막 회포를 풀었다. 극중 능력있는 외주제작사 PD이자 똑 부러진 며느리 차윤희로 열연한 김남주는 지난 시간 함께 한 이들과 인사하느라 바빴다. 드라마 제목처럼 그에게도 '넝쿨째 굴러온' 뭔가가 많아진 듯 보였다. 그가 말한 '넝쿨째 굴러온 OO'을 꼽았다.

▲최고의 파트너-유준상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등 전작에서 자신보다 어린 남자배우들과 유독 연이 닿았던 김남주. 그 동안 연기가 재미는 있었어도 연기의 깊이를 재보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던 그가 유준상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에 유준상이 나보다 나이가 적은 줄 알고 있었다.(웃음) 유준상을 만난 건 내 생애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대사를 이렇게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면 기가 막히게 그 톤에 맞춘 리액션을 해줬다. 나도 더 신나서 연기를 했고 그렇게 시너지가 났다. 별 신도 아닌데 재미있었고 맛이 살더라."

▲인간 김남주의 성장기-강부자

강부자를 비롯해 장용 윤여정 나영희 양수경 등 선배들은 '인간 김남주'를 성숙시켰다. 자신보다 젊은 배우와 연기하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중심이 된 전작들에 익숙했던 김남주는 '넝굴당'의 현장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늘 같은 선배들은 나의 인간적인 면을 바꿔놓았다. 데뷔 10년이 지나가지만 현장에서의 예의가 어떤 건지 알게 됐고 팀워크가 뭔지를 알려줬다. 연기는 연기고 쉬는 건 쉬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밥을 함께 먹고, 사소한 대화를 즐기는 여백의 시간들이 얼마나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주는지 몰랐다. 이런 게 삶 속의 소소한 행복이구나 싶었다"

▲주말극의 역습-박지은

불과 6개월 전까지 김남주는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눈 높이가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 데뷔 후 첫 KBS 작품이자 주말극에 도전할 용기가 없었더라면 그는 '드라마 완판녀' '로맨틱코미디 여왕' 등에 그쳐있을지 모른다. 그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끈 건 박지은 작가였다. '여왕 시리즈'에서 이미 궁합을 확인한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미니시리즈를 고집할 욕심이었다. 주말드라마로 가면 배우로서 브랜드가 깎이는 느낌이지 않나. 그런데 박지은 작가라고 해서 '오케이'했다. 걱정도 됐지만 역시 박지은 작가였다. KBS 주말극이 화사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변할 것 같다. 후배 여배우들에게도 '주말드라마 해볼 만하다'고 적극 권하고 싶다. 그런데 두려운 게 있다. 박지은 작가에 중독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웃음)"

▲다시 찾은 타이틀-한류스타

이번 중독만큼은 달콤하게 즐겨도 될 법했다. '넝굴당' 덕분에 15년 전 드라마 '모델'로 얻은 '한류스타' 타이틀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넝굴당'은 최근 아시아 등 13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다. 주말드라마로선 이례적인 결과다. 그 중심엔 김남주가 있었다.

"내가 원래 원조 한류스타다. 당시 장동건과 함께 해외에서 얼마나 날렸는지 잘 모를 거다. 베트남에서는 김남주 없이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다.(웃음) 유부녀에 아이 엄마인 내가 언제 이런 영광을 누려보겠나. 예전 생각도 나고 굉장히 기쁘다."

▲최고의 시청자-아이들

국내 시청자를 넘어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은 김남주를 뿌듯하게 하는 건 또 있다. 어느 안방극장에 앉아있는 시청자보다 무서운 자신의 아이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극중 레스토랑 점장 천재용(이희준)의 말투를 흉내 내고 세광(강민혁)과 장군이(곽동연)콤비에 깔깔댄다지만 아이들의 '넝굴당' 넘버 원 캐릭터는 엄마가 맡은 차윤희라고.

"예전에는 내가 나온 드라마를 보면 '엄마는 왜 맨날 울고 싸우고 화내?'라면서 잘 보질 않았다.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다. '넝굴당'은 가족드라마라 배우들도 많이 나왔고 다양한 이야기가 풀려 아이들이 좋아해줬다. 무엇보다 엄마가 집에서처럼 웃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서 편하게 본 것 같다."

▲배우 김남주의 스펙트럼-차기작

아이들에게 인정받은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은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되기도 했다. '넝굴당'의 흥행성공으로 각양각색의 시나리오를 받고 있다는 김남주. 행복한 비명을 지르다가도 고민이 깊어진다.

"요즘 영화를 하자는 제의를 많이 받는다. 이 자리를 빌어 영화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웃음) '넝굴당' 덕분에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졌나 보다. 그런데 아이들의 엄마라는 것 때문에 노출도 신경이 쓰이고 색깔이 센 영화가 꺼려지는 면도 있다. 아무래도 영화는 공포물이 어울리려나 보다.(웃음)"

▲국민 아이콘-차윤희

30분 남짓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넝굴당'에 대한 애정 아쉬움 감사함이 얼마나 큰지 느끼기엔 충분했다. '김남주의 넝쿨째 굴러온 OO'을 그야말로 쉬지 않고 넝쿨째 쏟아내는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이 중에서도 무엇보다 그에게 넝쿨째 안긴 마지막 'OO'은 차윤희라는 캐릭터 자신인 듯 했다. 차윤희로 지낸 시간 덕분에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그의 곁엔 방귀남 윤빈 차세광 천재용 등 소중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유준상은 김남주 곁을 맴돌며 "자기야, 우리 빨리 가야지?"라고 말을 건넸다. 김남주는 "자기야, 자기도 여기 와서 한 마디 해"라고 받아 쳤다. 극에서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지 않았던 김원준과도 제법 친해졌다. "누나"라며 자신의 손을 꼭 잡는 김원준에게 "우리의 과거를 확 말해버릴까?"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드라마를 하면서 이렇게 아쉬웠던 적은 처음이다. 힘들고 고된 촬영에 끝나면 그저 시원한 마음뿐이었는데, 섭섭하고 허전하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사진=K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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