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④ 기독교사적 의미(下)
[세계일보]
통일교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은 앞으로 통일교 신학의 과제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신학 발전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성중심주의를 탈피하여 '심정(心情·Heart)과 '기운생동(氣運生動)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이는 존재론 철학자 하이데거에 따르면 존재와 존재자를 왕래하는 것이다. '현시된 진리로서의 사실'과 '판단적 사실', '심정적 기분으로서 마음'과 '판단으로서의 진리'의 이중성에서 비롯된다.
"하이데거는 현시된 진리로서 사실이 판단적 사실보다 더 근원적이고 기초적이라고 본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실은 이미 나에게 어떤 '심정적인 기분'으로서의 규정성을 현시해 주고 있다. 판단으로서의 진리는 나의 근본적인 마음상태가 현시해준 마음의 규정성 안에서 추후로 작용하는 부차적인 대상가능성(Vorhandenheit)의 좁은 영역에만 타당할 뿐이다. 따라서 판단의 진리는 세상처럼 넓고 세상과 늘 함께 가는 그런 마음의 진리를 깨닫기에는 너무나 좁다."(철학자 김형효의 해석)
"마음이 이 세상에 거주하여 살아감에 있어서 늘 이 세상이 그의 마음에 어떤 것으로 현시되어 있다. '현시되어 있음(Erschlossenheit)'이 '현시하고 있음(Erschlieaßung)'과 불가분리적인 것은 이 세상에 '던져져 있음(Geworfenheit)'과 동의어에 해당하는 마음상태(Befindlichheit)가 이 세상에로 향하여 던지는 기도(Entwurf)로서의 이해(Verstehen)와 분리되지 않는 현존재의 양면성과 같다. 그래서 현시되어 있음의 수동성은 현시하고 있음의 능동성과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김형효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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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선명 총재의 주관 아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창립 세계대회가 열렸다. |
통일교의 '심정(心情)의 하나님'은 바로 기독교의 하나님에 대한 '존재론적인 해석'의 측면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교가 기독교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문화의 토양 덕분이다. 한국문화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고, 역사적이기보다는 자연적인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기독교는 한국 땅에서 통일교로 완성될 수 있었다.
통일교는 기독교의 '존재신학적'인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완전한 '존재론적 신학'을 구축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 까닭은 이미 기독교의 골격을 절대론에서 음양론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현재 통일교의 신학은 절대상대론 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절대상대 신학론이 가능한 이유는 천지인과 음양 사상의 통합적 이해에서 비롯된다.
문선명 총재의 통일교는 하나님을 바로 몸에서 느끼는, 심정적으로 느끼는 체휼의 종교이다. 그가 '로고스(Logos)의 하나님'에서 '심정의 하나님'을 깨달은 것은 한국의 '정(情)의 문화' 전통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때 '심정의 하나님'은 존재에 해당하고, '로고스의 하느님'은 존재자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통일교는 기독교와 반기독교의 이중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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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2004년 8월20일 '참심정 혁명과 참해방 석방 천일국 입적축복식'을 주관하고 있다. |
또 '부성(父性)의 하나님=참아버님'에서 '모성(母性)의 하나님=참어머님'의 공존 역시 통일교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교는 철학적으로 보면 매우 존재적으로 살아온 한민족이 창출한 '존재의 존재자'인 셈이다. 더욱이 '통일교회'의 '가정교회'로의 분산은 기존 종교의 권력적인 모습과 거대교회라는 집중화·세속화와는 전혀 다른, 비권력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이는 후천개벽시대, 여성시대를 준비하는 종교적인 면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선명의 통일교야말로 진정으로 기독교가 한국 땅에서 토착화된 양상일 뿐만 아니라 세계기독교사의 의미로 볼 때도 기독교 신학의 존재론적인 변신이고 완성이다. 통일교는 인류의 모든 종교를 통일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나 종파에 매달리지 않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인류로 하여금 종교적 갈등이나 종교전쟁을 막을 수 있는 문화장치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문화의 종교적 독립에 해당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적어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스스로의 신'을 창출함으로써 한국으로 하여금 종교선진국, '메시아의 나라'가 되는 길을 열었다.
통일교의 통일원리, 원리강론은 신학으로서만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를 음양관계 혹은 수수관계로 보는 길을 열었다. 혹자는 통일교의 원리강론을 두고 기독교를 통한 존재론에의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말하자면 기독교 경전을 통해 서양철학의 '권력의 의지'(니체)나 '존재론'(하이데거)을 넘어서는 성공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통일교의 원리강론(원리원본)은 절대상대적인 통일신학, 우주론을 구성하였다.
통일교는 기독교의 여러 인물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하나님을 절대적인 존재로 세우고 나머지 가인과 아벨을 비롯한 아담과 해와, 사탄, 천사장, 예수 등 모든 인물과 사물과 사건과 시간을 상징적(대칭적)으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전개의 섭리를 설명한다. 기존 권력의 편에는 사탄과 가인을, 새 권력의 편에는 아벨과 아담을 사용한다. 해와는 원죄의 장본인이지만 탕감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그린다. 신랑·신부의 개념은 기존 기독교의 비유를 그대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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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왼쪽 네 번째)이 2011년 9월15일 천복궁 '4대종교 성인상' 제막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
통일교에서는 누구나 탕감복귀를 위한 책임분담을 해야 한다. 가부장적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여성시대의 도래를 천명한다. 음양적 개념으로 하나님을 확장시킨다. 절대적인 하나님을 세웠지만 다시 하나님마저 낮의 하나님, 밤의 하나님으로 말한다. 천상천국, 지상천국을 동시에 말한다. 지상계와 영계를 동시에 말한다. 천지인 참부모, 참부모님, 참아버님, 참어머님을 말한다. 이는 음양론의 통일이면서 동시에 천지인사상에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성약시대'는 기독교의 역사적 완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기독교적이다. 그러면서도 성경을 혈통(아담의 순수혈통)을 중심으로 재해석하면서 '성의 순결'을 주장한다. 순결한 성의 접붙이기를 통해 하나님 나라로 복귀한다고 한다. 혈통을 통해서 동양적 정신인 조상숭배와 충효사상, 귀신(샤머니즘) 등이 개입한다. 그래서 이면에는 동양적 사고, 즉 천지인 사상과 음양사상이 내재돼 있다.
통일교는 마치 천지공사를 하듯 모든 행위를 놀음(놀이)으로 보는 초월적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결국 문선명 총재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세계를 '상징과 놀이'(의식과 의례)로서 보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한(恨)'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상과 세계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그의 원리와 섭리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을 해왔다. 그는 신화를 만들 줄 아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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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와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지난 1월24일 열린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화합의 발걸음 평화의 천복 퍼레이드' 행사 모습.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역까지 2㎞를 행진했다. |
통일교는 기독교 신학 가운데서 일종의 특수상대성이론에 해당한다. 하나의 상대관계를 절대관계로 정립해놓고, 예컨대 하나님과 인간을 주체와 대상의 관계로 놓고, 다른 상대관계를 그 종속변수로 배치하기 때문이다. 통일교의 신학은 앞으로 일반상대성이론에 해당하는 신학이론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신학이론이나 종교가 과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문선명 총재는 초종교, 초종파, 초국가 등을 위한 초교파운동도 전개하였다.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모든 역사의 희망/ 하나님의 심정에 부합된 세계/ 하나님의 창조목적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세계와 그 빛나는 날을 상징해요./ 통일교는 교회가 아닌/ 통일가(統一家)/ 이 가운데는 공산당도 들어가고/ 민주주의도 들어가고/ 검둥이도 들어가고/ 회회교도 들어가고/ 불교도 들어가고/ 기독교도 들어가는/ 초종파, 초종교, 초국가/ 종교와 문화의 통합/ 문명통일, 세계통일/ 모두가 들어가서 하나가 되는 것."
문선명 총재의 진정한 깨달음은 어디에 있을까? 왜 그는 평생을 지구가 좁다고 할 정도로 오대양육대주를 왕래하면서 살았을까. 적어도 그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에게서 우주원음(宇宙原音)을 들었을 것이다. 그는 종종 제자들에게 소리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로 제자들의 깨달음을 유도했다고 한다. 이는 기독교의 선문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리야말로 모든 지식과 논쟁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문선명 총재는 세계 종교 간의 소통과 대화 및 통일을 위해서 '세계경전(World Scripture)'을 만들기도 했다. 종교일치운동의 쾌거인 세계경전은 1991년 8월 15일 발간되어 8월 27일 세계평화종교연합 창설대회에서 문선명 총재에게 봉정되었다. 세계경전은 1985년 문 총재에 의해 구상되어 앤드루 윌슨 박사(미국 통일신학대학원)가 40명의 편집위원과 함께 5년 동안 세계 여러 종교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였다. 총 914쪽이다.
앞으로 통일교 제2대 교주와 지도자 및 신자들에게 남은 과제는 통일교운동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지속하는 일이다. 신흥종교운동은 항상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고 오랜 세월을 견뎌내면서 신앙을 강화해야만 역사에서 살아남게 된다.
지구상에는 제1대 교주의 당대에는 화려하고 빛나는 성공을 거둔 신흥종교가 많았다. 그러나 2대, 3대로 가면서 사라져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어도 100년을 버텨내어야 기성종교의 대접을 받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통일교의 목적대로 세계종교로서 미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상 한국에서 자생한 종교가 통일교만큼 세계적 선교에 성공한 경우는 처음이다. 통일교의 세계적 성공은 한민족의 성공이고, 한국의 성공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종교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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