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③ 기독교사적 의미(上)
[세계일보]통일교는 기독교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통일교 신자는 현재 국내외적으로 30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차라리 국내보다는 일본과 미국,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흥성하다고 할 수 있다. "성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 보수기독교단 등 일부 기독교 세력은 통일교의 새로운 성경 해석을 이단(異端)시하고 있다. 정통·이단을 가르는 전통은 조선조 주자학 체계 속에서 '공맹(孔孟)'이 아니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붙였던 선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조에서는 양명학(陽明學)은 물론이고 같은 유교의 '순자(荀子)'마저도 배격하였다.
한국문화의 가장 큰 병폐는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풍토와 그로 인한 외래문화의 편식에 있다. 그 편식은 한국문화를 단세포로 만들고, 끝내 위선적 도덕주의로 만드는 원흉이다. 이것은 한 나라의 문화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세포로 만들고, 관념적으로 만들고, 끝내 사대주의로 몰락하게 만든 원인이다. 문화든, 사람이든 통합하고 통섭하여 잡종강세를 해야 발전하게 되어 있다.
이런 정통·이단의 풍토에서 통일교가 탄생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어떤 피할 수 없는 하늘의 소명을 받았거나, 아니면 한국문화의 생존본능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교의 탄생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서 일어난, 인류 종교 분야의 최대 혁명적 사건이다. 한국에서 벌어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견줄 만한 사건이다. 우선 신학적으로 보더라도 통일교는 획기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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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3월30일 서울 중구 흥인동교회에서 열린 제1회 원리시험 모습. '원리'는 통일교 교리다 |
통일교는 기독교의 유일신의 신성(神性)에 신상(神相)이라는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삼위일체(三位一體)가 아니더라도 '실체로서의 신(神)'에 접근하게 했다. 통일교의 원상론(原相論)과 사위기대(四位基臺)는 종래의 신성(神性) 이외에 신상(神相)을 둠으로써 이성성상(二性性相), 즉 성상(性相)과 형상(形狀), 음성(陰性)과 양성(陽性)을 통해 우주적 통일과 조화(평화)를 달성하게 된다. 이것은 하나님-부부-자녀의 3단계로 완성이 된다.
통일교는 기본적으로 성경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이다. 단지 성경을 새롭게 해석했을 뿐이다. 통일교의 풀 네임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Holy Spirit Association for the Unification of World Christianity)이다.
그렇다면 통일교는 왜 종래의 성격 해석을 따르지 않았는가. 통일교는 왜 신령을 통일해야 하는가. 신령을 통일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보수적 기독교단은 절대 유일신인 하나님(여호와)을 믿으면 된다. 그런데 통일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신령을 통일해야 하는 종교적 습합운동(褶合運動·syncretism)에 들어갔던 것이다. 통일교는 지금도 진화 중에 있다.
통일교의 이러한 입장은 종래의 '존재신학'과 달리 '생성적 신관(神觀)' 혹은 '과정신학(過程神學)'의 입장과도 만나게 된다. 통일교의 신관은 절대유일신의 관점과 '생성과 과정'의 신학적 관점이 공존하고 왕래하고 있다. 그래서 유일신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구약시대와 예수의 신약시대를 뒤이어 문선명 총재의 '성약(成約)시대'로 생성·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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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문선명 총재가 트루먼 상원의원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이것은 분명 기독교적 혹은 종교적 업그레이드이다. 통일교의 초교파운동은 초종교, 초국가, 초민족, 초인종 운동으로 확대된다. 이는 기존의 모든 이데올로기적 장벽과 제도적 장벽을 허물고 통합하고 통일하겠다는 뜻이다.
성약시대란 완성(完成)의 과정 중에 있음을 의미하며, 절대신이 있지만 동시에 생성되어가는 신이 있음으로써 정당화되고 합리화될 수 있다. 문선명 총재는 수많은 탄압과 6차례의 수감생활 중에도 항상 하나님에 대한 기도로써 문제를 풀어갔다. 기도란 하나님과의 대화이며, 대화란 바로 하나님과 신 앞의 단독자 간에 일어나는 성령적 신비이며 매우 생성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약시대가 도출되었고, 바로 문선명 총재는 재림주, 메시아로 주장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주장 때문에 보수기독교단은 통일교단을 이단으로 몰아세운다.
보수기독교단은 예수 시절, 초기 기독교 교회사의 유대교 입장에 서 있는 듯하다. 메시아의 재림을 믿지만 실지로 속세에 육신을 쓰고 나타난다면 알아볼 수도 없고, 또 메시아 여부를 가릴 기준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기성 교단은 결국 메시아사상은 있지만 정작 메시아를 판별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현실에 나타나는 메시아는 부정하면서 단지 메시아 재림사상이나 신앙을 유포하면서 교회라는 제도 안에서 사회적 기득권과 권력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기독교단은 예수의 부활보다 교회의 운영과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제사장으로서 율법학자로서 교회의 제사와 경영에만 관심을 보이던 유대교와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종교든 현실에서 권력을 얻으면 그러지 못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지금의 기독교는 정통 가톨릭에선 열교(裂敎)라고 한다. 오늘날 기성 기독교단은 신흥종교를 이단이라고 쉽게 매도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분명 세속화되어 있다. 말하자면 세속적 권력의 편에 있다. 그래서 통일교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핍박한 게 사실이다.
통일교는 추상적·보편적 신을 '혈통의 신'으로 내려오게 하였다. 통일교의 교리는 음양(남녀)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균형이 문제입니다. 수평 아니면 수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중략) 여기 남자와 여자도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생겼다는 것입니다. (중략) 한 꺼풀 안에 둘이 들어가 있습니다. (중략) 근본문제에 있어서 이 우주는 쌍쌍제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공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중심 삼고 공명이 벌어지느냐 하면, 사랑이라는 것을 중심 삼고 벌어지는 것입니다. (중략) 남자와 여자가 요렇기 때문에 사랑이 요래야 한다고 했겠어요, 사랑이 요렇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요래야 된다고 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 귀한 것입니다. (중략) 자기 때문에 태어났다는 사람은 이 우주가 요구하지 않습니다."(天聖經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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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4월26일 일본 사이타마현을 방문한 문선명 총재가 일본인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있다. |
"남자는 여자 때문에 태어났고, 여자는 남자 때문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면 남자와 여자는 왜 태어났느냐? 이것이 근본문제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왜 태어났느냐? 하나님의 사랑을 위해서입니다. (중략) 수평이 돼 가지고 구형의 중앙에 도착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주는 전부 구형을 닮았습니다. (중략) 근본이 절대적 사랑, 하나의 사랑을 찾아가려고 하지, 둘의 사랑을 찾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중략) 남자와 여자, 둘이 왜 만나느냐 하면 사랑 때문에 만나는 것입니다. (중략) 그 사랑을 해서 뭘 할 것이냐 할 때 하나님을 점령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략) 하나님도 사랑이 없으면 고독한 하나님입니다."(天聖經 참조)
"남자와 여자, 플러스와 마이너스면 둘인데 하나 못되면 유일론이 안 됩니다. 이원론이 되기 때문에 세계는 두 세계가 벌어져 투쟁의 세계가 전개된다는 논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중략) 남자와 여자를 완성시키는 것은 생식기입니다. (중략) 생식기는 상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절대적으로 남자를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남자는 절대적으로 여자를 부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게 절대적이에요, 상대적이에요? 절대적입니다. (중략) 남자의 것은 여자가 절대 원하고, 여자의 것은 남자가 절대 원합니다. 절대로 남자의 것이 여자의 것이고, 여자의 것이 남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것을 점령함으로 말미암아 사랑을 한다는 것입니다."(天聖經 참조)
통일교는 보수교단의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하나님' 위에 '혈통적이고, 심정적인 하나님'을 보탬으로써 도리어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신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혈통적인 것이 바로 아담으로의 복귀인데, 제2아담인 예수는 십자가에서 못박혀 돌아감으로써 실패하였고, 제3아담인 문선명 총재가 재림예수가 된다는 이론이다. 아담의 시대가 구약의 시대, 예수의 시대가 신약의 시대라면 문선명의 시대는 성약의 시대이다. 성약은 기독교적 약속의 완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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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IIFWP) 주최로 '가슴과 가슴을 잇는 화해의 평화대행진'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유대교·가톨릭·이슬람교 등 종교를 초월해 함께 중동평화를 기원했다. |
문선명은 '심정(心情)의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하늘의 소리)이 이스라엘 땅이 아닌 한반도에서도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성의 기독교가 제도와 성서주의에 의해 보수화(이것은 해석학이다)된 것을, 살아있는 음성주의로 반박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것은 해석학적 의미가 아니라 생성적 의미이다.
과연 살아있는 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혈통의 하나님, 심정의 하나님, 한의 하나님이 아닐까? 통일교의 '심정의 하나님'은 철학적으로 하이데거의 '존재'의 개념마저 포용하고 있다. 통일교는 아직 한국의 다수의 기독교인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고 있지만, '심정'과 '기(氣)'철학을 토대로 한 종교이다. 물론 통일교 신학은 아직 보다 정교한 발전을 남겨두고 있다. 마치 오늘날 기성 기독교 신학이 실로 오랜 세월을 거쳐서 형성된 것과 같이 말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종교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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