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범죄' 칼 빼든 법무부, 사형제도는 아직..

박준호 2012. 9. 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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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종전보다 강화된 '보호막'과 함께 강공책(强攻策)을 내놓았다.

4일 법무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적용 대상의 확대하는 방안을 보고하고, 이달 내에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곧 시행키로 했다.

◇정부 '화학적 거세' 확대…잇따른 강경입장, 왜?

개정안에 따라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은 현행 16세미만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범에서 19세미만 피해자 상대 성폭력범으로 확대된다. 즉, 모든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에게 예외없이 '화학적 거세'를 강행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회적으로 성폭력 범죄로 인한 불안감이 나날이 가중되면서 강력한 처벌을 주문하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에 대해 '무(無)관용' 원칙을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법무부가 정책을 통해 실행에 옮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성폭력 범죄에 대해 엄단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조속히 제도개선을 촉구한 점도 법무부의 '강경 모드'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현재 여론이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법무부가 추가로 관련법률 제·개정을 통해 성폭력 범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법무부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범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을 예고한바 있다.

정보공개 대상인 성범죄전과자의 사진은 누구나 식별이 용이하도록 신상정보 접수기관인 경찰 또는 수용시설의 장이 최근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직접 촬영하고, 현재 가로 3.5㎝, 세로 4.5㎝로 규정된 사진 규격도 확대키로 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등의 성폭력범죄도 신상정보 공개 대상범죄 유형에 포함시키고, 미성년자의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정보 열람권 확대 차원으로 성인인증절차도 폐지했다.

아울러 위치추적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의 제도운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범죄자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은 단 1차례 범행으로도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청구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法 처벌수위 어디까지?…법무부 '곤혹'

법무부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처벌수위를 어디까지 높일 것인가도 풀어야할 과제다.

여성, 아동단체와 같은 전문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폭력범죄 역시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나 다름없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종신형 또는 사형제를 적용해야한다는 논리가 점점 비등해지고 있다. 사형제를 통해 정의와 법치주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부는 이같은 여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수만은 없어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15년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사형폐지 국가로 지정받았다. 형사소송법상 사형집행 명령은 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강제 규정돼있지만 실제 사형은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설사 국민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인권과 상충하는 사형제를 국제사회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다시 꺼낼지도 미지수다.

사형집행 촉구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하며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사형제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악용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형제처럼 극단적인 제도의 시행에 골몰하기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근본적인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형제를 검토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사형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아직 그 부분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다른 일각에선 모든 성범죄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을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교적 경범죄로 취급해온 '몰카 촬영', '공공장소 성추행' 등에 대해 정부가 신상정보공개 추진을 개선책으로 제시했지만, 처벌수위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경우 현행 보호관찰관 인력이나 관련시설 등에 대한 지원없이 무작정 '감시 대상'만 늘릴 경우 사실상 제도의 실효성은 종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법무부는 우려하고 있다.

전자발찌의 부작용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들이대는 것 역시 범죄의 예방보단 처벌에 무게를 둔 것이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해선 인권이나 관리인력 등을 고려해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정부에선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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