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급성 스트레스 증상 심각

광주 2012. 9. 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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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측 "감염 증세 땐 재수술 해야"주치의 "1~2주 후 판단"

"집이 바로 저긴데, 바로 저긴 줄은 아는데…. 아무리 일어나서 집에 가려고 해도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못 왔어요. 미안해요, 아빠."

지난달 30일 오후 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A(7)양은 아버지(41)의 품에 안기면서 이렇게 흐느꼈다. A양은 11시간 전 피의자 고종석(23)에게 이불째 끌려가 목을 졸린 채 무참히 짓밟히는 등 악몽 같은 밤을 보낸 터였다.

거의 '죽다 살아난' A양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있었다. A양은 국부와 대장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나주종합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고 그 이튿날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3일 현재 A양은 정신 불안 증세를 포함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신체적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 후 4주 이내에 정신 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전남대병원 측은 "A양이 점차 안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말을 걸어도 불안해 하고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아우울증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지는 2차 정신적 피해가 우려돼 소아정신과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상하기조차 끔찍할 만큼 큰 상처를 입은 A양의 몸 전신엔 성폭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회음부 봉합 수술을 받은 A양은 항문까지 큰 손상을 입으면서 배변기능을 하지 못해 배에 인공항문(장루ㆍ腸瘻)을 달고 생활하고 있다. 직장 근육층과 주위 괄약근층도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직장 점막을 포함한 직장 파열은 없었다. 복부CT 촬영 검사 결과, 1차 수술 부위들이 부어 있기는 했지만 복부 내 다른 부위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은 두 시간여에 걸친 1차 수술 후 장내 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물과 영양수액제로 버텨오다가 이날 오후부터 조금씩 죽이나 미음 등 부드러운 유동식을 먹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A양에 대한 재수술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감염 가능성이 높은 회음부 봉합 부위에 감염 증세가 보이면 재수술을 할 계획이다.

A양의 주치의인 주재균(외과) 교수는 "회음부 봉합 부위 감염 여부는 1~2주 후 판단할 수 있다"며 "항생제 치료를 비롯해 감염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이 신체적으로 정상을 되찾는 데는 앞으로 최소 3~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병원 측은 내다봤다. 현재 배에 구멍을 내고 달아 놓은 인공항문이 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A양이 신체적으로 정상을 되찾는 데는 앞으로 최소 3~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병원 측은 내다봤다.

병원 관계자는 "A양이 회음부 봉합 부위에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재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2주 정도 후면 퇴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몸에 난 상처야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지만 평생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는 2차 정신 피해가 없도록 A양의 주변 사람들과 부모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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