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성폭행 피해아동, 사흘내내 굶고 물만 겨우 한모금씩.."

2012. 9. 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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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할 뿐"

정서적 불안 커…외부인 접근 차단

경찰조사·과잉관심에 2차피해 우려

가족 심리치료 필요하나 예산 부족

잦은 병원 이동 등 첫 대응 미흡 지적

"아이가 지금도 밥을 못 먹고, 물만 한 모금씩 먹고 있다고 하네요. 엄마와 아빠가 간호하고 있고요. 사흘 전 병원 응급실에서 만났을 때도 말도 못한 채 눈만 껌뻑하고, 껌뻑하고 있었는데…."

전남 나주시 영강동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일 나주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ㄱ(7·초등1년)양의 아버지(41)와 통화한 뒤, ㄱ양의 근황을 전해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ㄱ양은 범행 피해 만 사흘을 넘긴 이날에도 상처 때문에 반듯하게 눕지도 못한 채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또 자다가 깨면 매우 불안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무원은 낙담해 있는 아버지에게 '아이가 치료를 잘 받길 바란다'는 위로 말고는 달리 할 말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ㄱ양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지난달 30일 나주의 병원에서 응급조처로 1차 외과수술을 받은 뒤 이튿날 오후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1인실에 입원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입원 첫날엔 환자가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지쳐 있었다"며 "담당 교수가 안정을 취하도록 조처했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은 병실에 보안요원들을 배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며 안정을 되찾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병원 쪽은 외과와 정신과 등 의사 서너명이 공동으로 치료를 맡도록 할 방침이다. 3일 오후 ㄱ양의 상태와 진료 일정 등을 언론에 밝힐 예정이다.

ㄱ양에게 가장 우려되는 것은 2차 피해다. 2차 피해란 반복적인 경찰 조사, 부모의 분노, 이웃과 언론의 과도한 관심으로 또 한번 심리적 상처를 입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 사건은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도 매우 심각해 가족들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08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 어린이 '나영이' 주치의였던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아이가 많이 놀라 외상적 기억을 못할 수 있고, 가족들이 피해 아이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ㄱ양의 부모와 ㄱ양의 언니(12·초등6), 오빠(11·초등5), 여동생(3) 등에 대한 심리치료도 시급히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ㄱ양 사건에서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아동성폭력 전담팀인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ㄱ양은 인근 ㅈ병원으로 옮겨진 지 5시간 뒤에야 나주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은 뒤, 또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기초생활수급자인 ㄱ양의 부모는 '정부가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병원 이송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나주 현장을 방문했던 진선미 의원(민주통합당)은 "나주의 병원 의사가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수술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14차례나 부모에게 권유했다고 한다"며 "국가가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통합 보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치료비 1년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건당 평균 지원비는 500만원 정도지만, 자치단체 예산으로 국비와 동일 액수만큼 더 지원할 수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심리치료비까지 지원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전남해바라기아동센터는 이날 나주시가 31일 ㄱ양의 언니와 오빠, 여동생을 공공시설로 옮겨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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