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화학적 거세'는 정치적 슬로건일 뿐"

오진희 2012. 9.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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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여성단체들이 최근 당정이 성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억제약물 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확대해 나가기로 한 발표에 대해 "정치적 슬로건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특히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생 사건' 등 아동 대상 성범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아동 성범죄자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이 지난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화학적 거세' 방법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화학적 거세' 적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적용 범위를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로 할 것인지, '모든 성범죄자'로 전면 확대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경찰·법조인들의 성인식 변화, 사회적인 성범죄 관련 교육 없이는 아무리 강한 법제도가 마련된다해도 효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소장은 "올 들어 경찰의 성범죄 수사와 관련한 보도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 지금 나타나는 아동 성범죄나 성인 성폭행 사건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라면서 "경찰이 수사하더라도 기소가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특히 민감한 성범죄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로 결론나는 사건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이에따라 집행유예로 풀리는 경우도 많은데 처벌 조항은 지금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것보다 실제 처벌까지 가도록 수상망과 법망을 촘촘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선 여성아동범죄나 성폭력전담 조사 또는 재판부가 마련돼 있지만 관련인력들의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소장은 "경찰서, 법원, 중앙지청 등 전담수사기관 내 인력들이 2년마다 한번씩 바뀌면서 제대로 이를 관리하고 전문성을 기를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발기부전인 사람도 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도 있는데 잠시 성기능과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쓴다고 해서 성범죄 유발 동기를 완벽하게 막아낼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소장의 발언을 뒷받침해 주듯 아동 성범죄자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나타나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형사법관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심 선고 기준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체 사건 피고인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6.8%포인트 증가했다. 2010년에는 피고인 482명 가운데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199명으로 41.3%였지만 지난해에는 468명 가운데 225명으로 48.1%였다. 성폭행이나 강제유사성교 등 무거운 범죄는 대체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낮아졌지만 사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강제추행은 집행유예 비율은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성인까지 포함한 전체 성범죄를 대상으로 해도 집행유예 비율은 2010년 38.8%에서 지난해 40.4%로 다소 높아졌다.

이에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 관계자는 "실제 법제도와 적용에서 이처럼 괴리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이 '화학적 거세'를 마치 특효약인것처럼 발표한 것은 정치적인 슬로건으로 밖에 볼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가해자를 비롯한 전 사회적으로 성인식 변화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성단체인 민우회의 한 관계자 역시 "특히 법조인들의 성인식은 어떤지, 형량과 양형 정하는 사람 법관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처벌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이런 제도들이 잘 적용돼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찰·법조인들의 인식변화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0년 12월 발표한 '상습적 성폭력 범죄자 거세법에 관한 연구'에도 이같은 '화학적 거세' 방법이 성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화학적 거세는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한 강제적 약물치료 명령 제도로 성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면서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일부 주 제외), 독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당사자의 동의에 따라 결정하고 있고 치료 처우의 전제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행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16살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와, 재범 위험성이 있는 19살 이상에 한해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 법원이 검찰의 청구에 따라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올해 들어 법무부 심의위가 1명을 대상자로 결정했고 검찰이 또다른 1명에 대해 치료명령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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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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